중앙대가 학교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높은 성적을 받거나 과대표를 맡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학교는 이들 학생들의 재학 기간 내내 외부 장학금 지급까지 제한해 학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탄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중앙대 민주주의를 염려하는 학생들’과 참여연대 등은 서울 흑석동 중앙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대의 장학금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앙대는 2012년 2학기를 전후해 전산상에서 학생들의 징계 이력을 관리하고, 징계자에 대한 장학금 지급 제한지침을 담은 ‘징계자 장학처리 문건’을 만들었다. 이 문건에는 ‘장학업무 관리지침을 참고해 오지급된 장학금을 회수 조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학교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지 않거나 지급된 장학금을 환수해온 것이다.
이 학교 국문과 3학년 표석(25)씨는 지난 학기 평점 4.1점으로 과에서 3등을 차지해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학교는 4년 전 징계를 이유로 지급하지 않았다. 그는 2010년 5월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학교에서 벌인 구조조정을 규탄하며 한강대교 아치에 올라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여 정학처분을 받았다. 표씨는 “장학금을 무기 삼아 힘없는 학생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대는 징계 학생들의 외부 장학금까지 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씨와 같은 이유로 시위를 하다 징계를 받은 노영수(32ㆍ당시 독문과 3학년)씨 등 2명에 대해서도 국가 장학금과 외부단체가 주는 서민 복지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고려대 숙명여대 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도 징계자에 대해 장학금 지급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해당 학기나 다음 학기에 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학기간 내내 징계 이력을 적용하거나 외부 장학금 지급까지 제한하는 것은 중앙대가 유일하다.
대학가에서는 중앙대와 같은 과도한 장학금 제한 행태가 학생들의 사회 참여를 규제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수년 전 징계 이력으로 장학금을 박탈하는 것은 대학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학생의 인권과 사회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학칙을 하루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교에 반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징계자에 대해 장학금을 제한하는 학칙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