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건이 넘는 고객 정보유출 사고가 드러나자 갈팡질팡 정책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던 금융당국이 2차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검찰이 2차 유출을 발표하자 이번에는 "같은 정보가 한번 더 나간 것일 뿐 2차 피해는 아니다"라면서 책임을 카드사에 돌리는 모습이다. 카드사들도 대책 마련은 뒷전이고 금융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이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고객정보 2차 유출 사태와 관련해 특별 검사에 나선다고 발표한 직후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롯데, 농협카드는 지난 4일 검찰에서 (추가)유출 사실을 통보 받아 5일부터 신규검사를 시작했다"며 "국민카드는 14일 검찰 수사결과에 포함돼 있어서 17일부터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추가 유출 사실을 발표하기 10일 전에 금융당국이 추가 유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검찰 발표 때 2차 유출 사실을 알게 됐다"는 당국의 기존 주장과 배치된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고객정보 8,300만건이 대출중개업자 등에게 추가로 유출됐다는 사실을 숨긴 채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추가 유출 과정을 점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2월말까지 정보유출 카드3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마쳤으나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직원의 제재를 위해서는 더 들여다 볼 점이 있다"며 검사 연장 이유를 둘러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4일 검찰이 추가 유출 사실을 발표한 후에는 "2차 유출이지 2차 피해는 아니다"며 사건 축소에 급급했다.
금융권에서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수 차례에 걸쳐 "추가 유출은 없다"고 호언한 것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거듭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국민 롯데 농협카드에 2차 유출 관련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2차 유출은 카드사와 무관하게 벌어진 것이란 점에서 카드사를 다시 한번 희생양 삼아 금융당국이 책임을 벗어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에 대한 징계 빌미를 찾아 당국 책임론을 씻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해당 카드사들도 2차 유출이 확인됐음에도 대책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추가 유출에 따른 고객 통지나 정보유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고지하는 등의 서비스도 고려치 않고 있다. 카드 전면 재발급 등도 여전히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 카드사 관계자는 "2차 유출일 뿐 2차 피해가 아직 접수된 것은 없고,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방안 등은 마련하고 있다"고 1차 유출 때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카드사에 책임을 미루는 금융당국과 대책 없는 카드사의 태도에 고객들은 또다시 카드 해지ㆍ탈회ㆍ재발급 행렬에 나섰다. 이날 정오까지 정보유출 카드사에 접수된 재발급 건수는 1만9,000건에 달했고 탈회와 해지도 각각 1만6,000건과 8,000건이나 됐다.
대출중개 5명 추가 구속
한편 창원지검은 이날 수도권 대출중개업자 정모(39)씨 등 5명을 추가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직원 박시우(39ㆍ구속기소)씨가 빼돌린 카드3사 고객 정보 1억500만건 중 8,300만건을 갖고 있던 광고대행업자 조민재(36ㆍ구속기소)씨로부터 정보를 사들여 대출영업에 이용한 혐의(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로써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지난 14일 구속기소 된 대출모집인 이모(35)씨 등 4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김영대 차장검사는 "이들 외에 10여명의 대출중개업자를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말해 2차 유출 범위는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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