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 명이 누른 '좋아요', 위로받고 싶은 청춘들의 공감 지수 아닐까요?"
자그마한 키에 갈색 양 갈래로 늘어뜨린 머리, 동그란 눈망울에 발그레한 두 볼을 한 깜찍한 소녀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아리(ARI)'. 쪼그려 앉아 흐느끼는 또래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무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치켜세우고, 손전등에 비친 생쥐를 늑대로 착각하며 도망가는 소녀에게 "어쩌면 생각보다 별거 아닐지 모르는 일에 미리 겁먹고 도망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17일 만난 웹툰 작가 전서연(21)씨는 자신을 꼭 빼닮은 캐릭터 '아리'를 통해 "외롭고 격려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란 공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전씨가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들을 짤막한 그림과 함께 긁적여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현재 '좋아요.' 숫자 17만에 달하는, '아리'라는 인기 웹툰이 됐다. '아리'는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 아리와 닮았다며 친구들이 전씨에게 지어준 별명이기도 하다. 연애, 학창시절의 추억, 고민, 꿈 등 2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경험과 생각 모두가 '아리'의 주제다. 이틀에 한편 꼴로 업데이트되는 전씨의 작품을 보면 그림의 면면이 화려하거나 정교한 것도,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이 길게 늘어선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지난 9개월 동안 전씨가 그린 160여 개의 작품마다 적게는 수천 개에서 많게는 수만 개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전씨는 "말로 하고 싶은데 말로 할 수 없어 답답했던 느낌들을 그림과 짤막한 글로 표현한 것뿐인데 이렇게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주변 시선 때문에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또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씨 스스로도 '입학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 지난 2년 동안 공부해 온 전공(의상디자인학) 대신 '웹툰 작가'로의 과감한 변신을 한 경우다. 전씨는 "학교도 휴학하고 하루 8시간씩 방 안에 처박혀 애들 낙서 같은 걸 그리는 딸을 한심해하시던 부모님도 이제는 내 작품들을 인정해주기 시작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리'에 대한 관심 덕분에 최근 한 메신저 업체와 아리를 이모티콘으로 만들기로 한 전씨는 다가오는 6월엔 지금까지 그린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저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한 번 해보자,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좌절할지라도 일단 시작해보자'라고요."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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