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신년 기자 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뒤 이를 복창하는 공직자가 많아졌다. 도대체 ‘대박’이란 표현은 무슨 뜻이고 누가 사용하며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말인가. 게다가 이에 대한 영어 표현을 놓고 일대 혼란도 있었다.
다보스포럼 국제 무대에서 대통령은 대박이란 표현을 우리말로 말했고 통역은 이를 ‘breakthrough’(돌파구)라고 말했는가 하면 정치권에서는 jackpot이라고 했다. ‘Hit the jackpot’은 글자 그대로 ‘횡재를 하다’ ‘땡 잡다’의 의미이며 도박장에서 잘 쓰는 말이다. 고상한 정부의 계획을 도박장 표현으로 쓰는 것이 찜찜했던 찰나 미국의 Kerry국무장관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이 얘기를 듣고는 ‘bonanza’라는 말을 쓰면서 일련의 설왕설래는 매듭지어졌다. 곧 이어 외교부가 ‘잭팟은 구어적이고 대중적 용어이지만 외교용어로서는 보난자가 적합한 측면이 있다’는 궁색한 설명을 했다.
그렇다면 bonanza는 무슨 뜻일까. Bonanza는 본래 Latin어 어원 bonancia와 그리스어 malakia 즉 malacia(=dead calm)의 합성어인데 영어의 ‘bonus(=good)’에서 보듯이 무언가 좋고 행운을 가져다 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 말은 항해에서 smooth sea, calm sea의 뜻으로 널리 쓰였고 육지에서는 ‘금맥(ore, gold mining)을 캐다’는 뜻으로 횡재나 노다지의 발견이라는 의미로 통했는데 지금은 모두 옛날 얘기이기 때문에 ‘갑작스런 돈벌이나 횡재’의 뜻으로 간혹 쓰일 뿐이다. 따라서 ‘The new plan will be a bonanza for the county’(그런 계획은 국가적 행운)이라는 용례는 미국의 원어민 국무장관이 단어 하나 가르쳐 주고 간 셈이다.
지금 시중에서 쓰이고 있는 대박은 ‘위대한 발견’(Eureka!)의 뜻도 있고 ‘a sudden success’의 의미가 많다. 그런데 통일 대박 얘기가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는 왜일까. 그 동안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던 쪽은 야당이었지 않은가. 지금까지 야당이나 시민 단체가 북한과 관계 개선 얘기만 해도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레이블링으로 재미를 봤던 과거의 한나라당이나 지금의 새누리당이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 한 마디로 호들갑 떠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통일의 주창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대박도 되고 쪽박도 되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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