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 370)의 조종사들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여객기가 사라지기 전 교신시스템을 끈 상황에서 아무 문제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정황과, 자하리 아흐마드 샤(53) 기장의 과거 반정부 정치 성향 등이 드러났지만 아직 확실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 겸 교통장관 대행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여객기에 탑재된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 일부가 인위적으로 꺼진 이후 조종석에서 "다 괜찮다. 좋은 밤이다(All right, good night)"란 무선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지상 관제탑에 보내왔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밝혔다.
ACARS는 엔진상황 등의 기체 정보를 지상으로 보내는 교신장치로 기능 일부를 끄려면 조종석에서 스위치를 내려야 한다. 누군가 이 스위치를 내려 ACARS의 작동이 중지된 비정상적인 상황임에도 조종석에서 '아무 문제없음'이란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객기 납치의 유력한 용의자로 해당 조종사들이 지목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조종사들의 음성이 매우 차분(Cool)했다"면서 "조종사들이 납치를 계획한 범인일 경우 관제탑에 관련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공군의 고위 관계자는 마지막 무선을 보낸 조종사가 샤 기장인지 파리크 압둘 하미드(27) 부기장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샤 기장의 과거 반정부 정치성향 등도 공개됐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샤 기장이 과거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정치구호를 새긴 반정부 집회용 티셔츠 차림으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그의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샤는 항공기 실종 전날 야권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재판을 직접 방청했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이브라힘 전 총리는 이 재판에서 동성애 혐의로 5년 형을 선고 받았다. 수사 당국은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열렬한 지지자인 샤가 재판 결과에 격분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또한 샤의 아내와 자녀 3명이 여객기 실종 하루 전 자택을 떠난 것으로 파악돼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고 영국 미러지가 전했다.
하지만 샤 기장과 하미드 부기장의 동료 조종사와 지인들은 수사당국의 이 같은 의혹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미드 부기장의 경우 곧 에어아시아의 조종사인 나디라 람리(26)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샤의 비행학교 동기인 모흐드 나시르 오트만은 "(샤 기장은) 윤리적인 사람으로 승객의 안전을 절대 해치지 않을 온화한 사람"이라며 "사람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레이시아 현지언론에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실종기가 보내온 마지막 ACARS 신호를 분석해 실종기가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태국 북부를 잇는 북부항로나 인도네시아와 인도양 남부를 연결하는 남부항로 중 하나로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남부항로는 인도양을 감시하는 레이더망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데다 경로가 섬도 거의 없는 망망대해라 실종기가 이쪽으로 날았다면 추적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색 참여국이 14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났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