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오후 동해상에서 사거리가 70㎞ 안팎인 단거리 로켓 25발을 세 차례에 걸쳐 무더기로 발사했다. 이는 4일 300㎜ 신형 방사포 발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군과 미군의 연합 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6시20분부터 10여분 간 강원도 원산 갈마반도 부근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로켓 10발을 발사한 데 이어 같은 장소에서 오후 8시3분쯤부터 6분 간 8발을, 오후 9시28분부터 3분 간 7발을 다시 쏴 올렸다. 3시간여 동안 세 번에 나눠 총 25발의 로켓을 쏜 것이다. 모두 사거리는 70㎞ 내외로 판단된다고 합참은 밝혔다.
군은 사거리로 미뤄 이번 발사체가 북한이 1960년대 도입한 소련제 지대지 로켓 '프로그'(Frog) 계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63년 탄도 미사일 개발을 위해 소련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소련은 이를 거절하는 대신 프로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탑재형인 이 로켓은 추진 장치를 가졌지만 정밀유도 장치는 없다.
군 당국은 이번 로켓 발사가 자체 동계훈련의 일환인 동시에 대규모 병력이 참여하는 독수리 연습을 겨냥한 무력 시위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독수리 연습이 다음 달 18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제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발사 등까지 포함하는 무력 시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례적인 야간 연쇄 발사가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14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지금처럼 미국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투쟁은 계속되고, 그 위력을 과시하기 위한 우리의 추가적인 조치들도 연속 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날 로켓 발사는 유엔이 추진하는 대북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제재 대상이 되려면 통상 사거리가 800㎞를 넘고 특정 국가를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보여야 하는데, 이번 발사체는 사거리가 짧고 공해로 발사돼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실제 위협이 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은 이번에도 로켓 낙하 지점 부근에 항행금지구역 선포 등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북한의 추가 발사 및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대북 감시를 강화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과 주변국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