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국가기념일 제정이 감감 무소식이다. 이에 앞장서야 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조차 손을 놓다시피 한 상태여서 기념일 제정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16일 동학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가 해체된 이후 현재까지 관련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당시 추진위는 공청회 등을 통해 날짜를 정하고 정부에 기념일 제정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전국 20여개의 동학단체와 지역별로 선호하는 날이 각기 달라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동학재단이 2012년에 여론조사를 통해 기념일을 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이처럼 기념일 제정이 장기화하는 것은 지역과 동학단체들의 견해 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읍시는 고부봉기일(양력 2월15일)이나 황토현전승일(5월10일)을 선호하고 있지만, 고창군은 무장기포일(4월25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동학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자신의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만 앞세우는 바람에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동학단체와 학계에서는'동학 특별법' 제정일인 3월5일, 전주성 점령일인 5월31일, 우금치 전투일인 12월5일 등을 추가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읍시가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중립적인 특별법 제정일로 하자'고 태도 변화를 보였지만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학재단이 향후 추진 일정마저 정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동학재단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행사를 마무리한 후에야 기념일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동학 특별법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만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 거세지고 있다. 기념일을 제정하지 못하는 바람에 정부가 주관해야 할 동학 관련 행사 등이 여전히 지역 차원의 행사에 머물고 있고, 동학혁명을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관계자는 "특별법까지 만들어놓고도 작은 이해관계 때문에 기념일을 제정하지 못하는 것은 유족들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혁명의 정신을 기리려면 사심을 버리고 서둘러 국가 기념일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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