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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고노담화 계승"] 박근혜 대통령 "아베 입장 발표 다행"… 한일관계에 미묘한 변화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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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고노담화 계승"] 박근혜 대통령 "아베 입장 발표 다행"… 한일관계에 미묘한 변화 기류

입력
2014.03.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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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럼 긍정 평가를 내리면서 악화일로였던 한일관계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달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릴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이 미국 체면을 세워준 모양새가 연출된 만큼, 미국이 상응 조치를 요구할 경우 향후 한일관계에서 우리 입지가 그만큼 좁아지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언급은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또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드리고 한일관계와 동북아 관계가 공고히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예정에 없던 주말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발언을 신속하게 언론에 공개하면서, 경색된 한일관계가 미국의 강력한 주문에 따라 돌파구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 지난 주 일본이 섣불리 제의했다가 퇴짜 맞은 헤이그에서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카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유보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6일 "아베 총리 발언은 과거에 비해 긍정적이지만, 이제 겨우 한 두 발걸음 나아간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말씀의 핵심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드리라'는 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일본의 추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3국 정상회담에 대해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가의 분석은 다르다. '3국 정상회담'에 대해 완강했던 우리측 태도가 아베 총리의 '담화 계승' 발언 이후 누그러지는 등 한미일 3국 실무자간에 모종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다. 우리 정부의 유보적 입장도 일본과의 기싸움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조세영 동서대 국제학부 특임교수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그 자체로는 근본적 입장 변화가 아니지만, 일종의 성의 표시를 한 건 맞다"며 "한일 정상회담은 어렵더라도 이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통일, 국제경제, 대북공조 등에서 국익을 확보하려면 과거사 문제와 관련 없는 부분에서는 대일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아베 총리가 평소 소신과 배치된 발언으로 미국 비위를 맞추면서, 과거사 문제에서 미국 도움을 받아 한국이 대일 관계에서 우위에 섰던 한미일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라는 '자충수'를 둔 이후 미국은 한국과 함께 일본을 압박했으나, 이제는 중립 혹은 일본에 가까운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방비 삭감으로 동북아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가 절실한 미국으로서는 안보 분야에서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이해 관계가 더 많이 얽혀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최근 펴낸 '2014년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한국이 대중 관계에서 미국과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교수는 "미국 요청에 따라 한일 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정부는 독도 및 과거사 문제가 안보ㆍ국제경제 이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냉정한 분리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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