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Bush 진영은 ‘Who do you trust?’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Bush는 민주당의 Clinton, 무소속의 Perot와 맞서서 유난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대통령 선거 시즌이 되면 초등학교에서도 아이들이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 토론을 하는데 당시엔 정강이나 공약보다는 이 슬로건이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로 말들이 많았다.
교사들이야 당연히 ‘WHOM do you trust?’처럼 목적격을 써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고 학생들도 그렇게 배운다. 그런데 일상 생활에서 ‘WHOM do you trust?’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긴 어렵다. 이 문제는 주격 목적격의 문제보다는 대명사의 변천과 역사적 배경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You의 경우 고대 영어에선 ye가 주격이고 목적격은 you였는데 ye가 점점 사라지고 2인칭은 you-your-you-yours로 정착했다. You는 복수형으로서 ‘여러분’’당신들’처럼 예절 바른 표현이었고 thou가 2인칭 단수형이었으며 thou-thee-thy 형태가 17세기까지 쓰였다. Ye는 방언으로 쓰였고 2인칭 복수형이었는데 현대 영어에서 thou와 ye는 사라지고 단수 복수를 가리지 않고 모두 you로 정착했다. 주어와 목적격이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2인칭에서는 단수냐 복수냐 혹은 주격이냐 목적격이냐의 혼동이 없어진 것이다. 다만 who-whose-whom의 경우 whom이 아직까지 쓰이고 있기 때문에 목적격 규정 얘기가 나온다. 토론 끝에 등장한 표현이 ‘Which candidate do you trust?’였다. ‘Whom’을 대신해 주격 목적격의 문제를 피하면서 문법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간단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Who did you meet today?’가 일상적인데 문법 규칙대로 whom으로 대체하여 ‘Whom do you ~?’라고 말한다면 주위에서는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한다. 위에서처럼 ‘Which person did you meet?’라고 바꾸면 완벽하겠지만 쉬운 말을 훨씬 더 복잡하고 어색하게 말하는 꼴이 된다. 이러한 문법적 시비는 원어민 비원어민을 가리지 않고 낱말과 표현의 오용(misuse)만큼이나 여전히 신경이 쓰인다. 적어도 ‘Me and Tom went to the mall’처럼 ‘I’ 대신 ‘me’를 주격으로 사용하는 심각한 오류가 아니라면 구어체에서는 ‘Who do you love?’처럼 사용해도 무방하고, 중요한 글이나 문장체에서는 Whom처럼 고전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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