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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우크라이나의 유럽화 더 속도 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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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우크라이나의 유럽화 더 속도 낼 듯

입력
2014.03.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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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둘러싸고 시작된 저항운동이 어제 크림반도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라는 사태로 이어졌다. 긴장감이 높아지는 우크라이나 시태는 이번 크림 주민투표로 제1막을 내린 셈이 됐다. 투표의 승자는 누구이고 어떤 의미인가.

선거 내용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의 승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푸틴은 강대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을 획득함으로써 국제관계와 경제면에서 서방에 대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푸틴의 숨은 의도와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심이 드러났다. 쫓겨난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야누코비치를 비호해 자칫 비민주세력의 배후조종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참이던 러시아는 그 순간 국제사회의 관심을 크림반도로 돌렸다.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유로마이단을 러시아방송은 일관되게 극우민족주의 테러분자들로 묘사한다. 크림 세바스토폴과 동부 도시들에 잠입한 극우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선동 역시 현 우크라이나 사태를 민족감정의 대립과 분열로 보이게 만들었다.

모든 문제를 민족ㆍ지역감정 대립으로 대체하려는 러시아의 치밀하고 교묘하며 또 노골적인 전략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크라이나 시민의 핏빛 제단 위에 만들어진 민주주의혁명이 포퓰리즘으로 평가절하되고, 모든 관심은 일촉즉발 전쟁을 벌일 듯한 열강들의 힘겨루기에 쏠리게 되었다.

1654년 페레야슬라브조약을 통해 우크라이나 코자크들은 모스크바의 힘을 빌어 폴란드를 우크라이나 땅에서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하려 했다. 그러나 이 조약을 빌미로 모스크바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지역을 복속시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불행한 관계는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1954년 흐루쇼프가 소비에트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의 소유권을 준 것도 바로 이 페레야슬라브조약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푸틴은 다시 60년 만에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두 나라는 9세기 최초의 동슬라브민족 국가였던 키예프루시를 함께 건설한 형제민족이다. 하지만 러시아로 통일을 강요당하며 우크라이나인들은 1654년 이후 러시아 차르와 소련 권력자들에 의해 수많은 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그들은 독립을 위한 저항의 불씨를 잃지 않았다. 2004년 오렌지혁명에 이어 10년 뒤 또 다시 우크라이나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자유와 독립을 향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이런 저항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크림의 선거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자존심에 크나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발도 작용해 우크라이나는 유럽화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동부에 여전히 친러 세력이 존재하고 러시아가 국지전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지만, 유럽으로 향하는 큰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를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크라이나ㆍ러시아와의 결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와 견제, 그리고 러시아의 반격이 싸움의 제2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홍석우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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