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로 예고된 의료계의 집단휴진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15일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양측이 의료발전협의회를 꾸리는 등 매번 의제와 일정을 공개했던 지난 협상과 달리 이번에는 만남 여부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는 '깜깜이 협상'이다.
협상의제는 원격의료 도입, 병원의 영리자(子)회사 설립, 건강보험제도 개편 등 세 가지로 알려져 있지만 핵심 안건은 건강보험제도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의 경우 정부가 시범사업을 해본 뒤 법 개정을 하겠다며 의협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고, 동네병원 의사들이 주축인 의협에게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허용은 당장 '발등의 불'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의협이 이번 협상에서 수가결정과정 개편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대표들을 빼놓고 의협이 직접 수가인상을 요구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난달 의협은 수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립적'조정소위원회를 신설, 이곳에서 수가 재협상을 한 뒤 이 결과를 가입자, 공급자, 공익위원(정부 포함)들이 3분의1씩 참여하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하는 안을 요구했다. 지금까지는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이 직권으로 수가를 결정했었다.
'중립적'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의협은 자신들이 정부와 1대1로 수가를 협상하는 틀을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의협은 "정부와 가입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건정심은 불리하다"고 주장해왔고, 실제로 2012년 5월부터 8개월 동안 건정심 개편을 요구하며 건정심을 탈퇴하기까지 했었다. 건정심 구조 개편은 법 개정이 필요한 지난한 작업이지만 조정소위원회의 신설은 건정심 운영규정만 바꿔도 된다. 정부는 조정소위원회에 가입자 대표도 참여시키겠다고 하지만 의협은 집단휴진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내부로부터 '강경한 협상'을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원격의료 반대, 의료영리화 반대' 같은 거창한 구호에 가려져 있지만 수가결정구조의 개편은 3,000만명에 이르는 건강보험가입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에 16% 밖에 기여하지 않는다. 지분의 5분의 1도 가지지 않은 정부가 '의정(醫政)협상'이라는 이름으로 마음대로 손을 댈 사안은 결코 아니다. 상대가 집단휴진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냈다고 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의제를 정부가 밀실에서 처리해서는 안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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