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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워도 남아 있다… 범인 잡는 '스마트폰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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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워도 남아 있다… 범인 잡는 '스마트폰 족적'

입력
2014.03.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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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기도에서 등교하던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뒤져 20대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며칠간 잠복한 끝에 붙잡았다. 범행 당시 스마트폰으로 찍은 피해자 사진을 지워버린 남성은 "증거를 대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복원한 사진을 들이밀자 고개를 떨궜다.

범인과 살해동기 등을 밝혀줄 실마리가 이제는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아닌 스마트폰에서 튀어 나오고 있다. '내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은 단기간에 막강한 수사 증거물로 떠올랐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인 2009년 전국 경찰관서에서 의뢰한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디지털 포렌식(데이터를 복원ㆍ수집ㆍ분석하는 수사방법)은 658건으로 전체 의뢰건수(5,493건)의 12%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컴퓨터와 CCTV 등 분석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모바일기기 증거 분석은 매년 80% 이상 급증, 2012년에는 전체 디지털 포렌식의 절반을 넘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70%에 육박한 지난해에는 7,332건(65.5%)까지 치솟았다. 반면 컴퓨터와 CCTV 등 분석은 연간 4,0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증거물로 가치가 있는 것은 개인이 늘 갖고 다니며 사용해, 사건 전후의 행적과 성향 등 사용자 정보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통화 기록은 물론 사진, 동영상 파일,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내역 등을 복원하면 사건 해결에 유용한 단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스마트폰에 남은 인터넷 검색기록도 수사에 유용하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동구에서 부친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의 스마트폰에서는 '혈흔 지우는 법'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어플리케이션 로그(사용 기록) 정보도 수사에 큰 의미를 갖는다. 어떤 종류의 앱을 언제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앱 로그는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거나 부숴도 핵심부품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월부터 운전 중 영상표시장치 시청 및 조작 집중단속에 돌입하는 경찰은 스마트폰으로 DMB를 시청한 뒤 오리발을 내밀 경우 앱 로그를 증거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막강한 증거인 만큼 수사기관들은 모바일기기 디지털 포렌식 기법에 대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증거분석시스템을 운영 중인 경찰은 새 스마트폰이 나오면 분석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하고 관련 장비도 도입하지만, 훼손된 데이터 복원방법이나 복원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기법이 노출되면 범죄자들에게 악용될 우려가 있어 감출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간업체에서도 스마트폰 데이터 복원이 가능해 자칫 분실할 경우에는 은밀한 정보가 송두리째 빠져나갈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스마트폰 복원 업체나 복원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모바일 벤처업체 U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거의 모든 정보는 복원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문명의 이기가 사생활 노출 등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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