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총리 취임 이후 공개석상에서 고노담화 수정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당초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던 한미일 정상회담의 불씨가 되살아 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아베 내각은 그것의 수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같은 회의에서 "정부의 기본 입장은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1993년 8월4일 고노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것으로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 안에 검증팀을 설치해 고노담화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아베 내각이 고노담화를 수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실제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총리로 취임하기 전부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고노담화 수정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아베 정권의 고노담화 검증 의사와 관련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고노담화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임에 따라 이후 한일 관계를 복원할 만한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진다면 미국의 중재 아래 한일 간 정상회담도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달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예정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아베 총리에게 제안했다고 최근 지지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언급한 점을 일단 평가한다"면서 "아울러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점에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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