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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국립공원 美 옐로스톤, 늑대가 다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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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국립공원 美 옐로스톤, 늑대가 다시 살렸다?

입력
2014.03.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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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절경인 옐로스톤은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엔 유명한 '늑대의 기적'에 관한 신화가 있다. 지배자였던 늑대가 오래 전 사라졌다가 불현듯 다시 돌아와선 망가진 옐로스톤 왕국을 되살려냈다는 이야기다. 인디언들의 입에서 전해 내려온 오래된 전설이 아니다. 옐로스톤 늑대의 기적 이야기는 지금 현재에 쓰여지고 있는 신화다.

늑대는 70여년 전 옐로스톤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다 1990년 중반 늑대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후 예상치 못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공원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늑대가 사라지자 천적이 없는 엘크의 수가 너무 늘어났고, 많은 엘크가 먹어 치우는 바람에 옐로스톤의 수풀이 황폐화 했었는데, 숲의 지배자가 컴백하면서 다시 옐로스톤의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것이다. 옐로스톤의 늑대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가 돼 여러 신문을 통해 전파되고 국립 지리잡지와 교과서에도 실리게 됐다.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도 늑대의 귀환에 따른 생태계의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다루고 있다. 1월 사이언스에 게재된 윌리엄 J 리플 미 오리건주립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늑대 사자 표범 호랑이 등 맹수라 불리는 초대형 포식자들은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최상위 포식자는 단지 직접 먹이로 삼는 초식동물뿐 아니라 소형 포식자를 조절하고 이는 다시 먹이 사슬을 타고 수많은 생태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옐로스톤의 돌아온 늑대가 너무 많이 불어난 엘크를 사냥하면서, 엘크에 의해 파괴된 수풀이 보존돼 강둑도 지켜질 수 있었고, 그 강에 사라졌던 비버들이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늑대가 사냥하는 엘크 등 초식동물의 사체가 늘어나 곰부터 까치까지 청소동물에게 좋은 먹잇감을 선사하게 됐다. 늑대로 인해 늘어난 수풀로 식물이 저장하는 탄소의 양이 늘어나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늑대 같은 최상의 포식자가 생태계의 안정을 지켜주는 수호자의 역할을 한다는 '옐로스톤 늑대의 신화'에 대해 최근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면에 실린 기고는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예일대에서 박사후연수과정중인 아서 미들턴은 "엘로스톤의 늑대 이야기에 가려 우리는 더 큰 문제점을 보지 못하게 되고, 생태계 관리에 진정 필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며 "우리는 과학적 이해를 희생시켜가면서 늑대에게 신화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늑대의 귀환이 옐로스톤의 식물들을 살렸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을 때 그럴싸해 보인다. 1990년 대에 시행된 많은 작은 연구들이 포식자들이 초식동물을 잡아 먹으며 사라지는 풀들을 구해줄 수 있다고 믿게 했다. 또 때 맞춰 늑대의 귀환과 함께 사시나무와 버드나무가 다시 자라는 징후가 보인 것도 사실이다. 생태학자들은 이러한 연구시각으로 옐로스톤을 바라봤고, 언론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야기는 부풀려졌다.

하지만 모든 연구가 같은 결론을 가리키진 않는다. 2010년 이콜로지(Ecology) 저널에 소개된 한 연구에선 엘크 수가 60% 줄어들었음에도 사시나무가 다시 자라나지 않았다. 이후의 다른 연구들도 이 연구 결과와 비슷했다. 와이오밍 대학에서 2007~2010년 옐로스톤 동부의 늑대들과 엘크들을 조심스레 추적한 결과 엘크가 늑대들 때문에 그들의 식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는 게 증명됐다.

엘크는 또 늑대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다 큰 엘크는 그들의 포식자가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죽이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드넓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늑대와 엘크들이 마주칠 기회는 보통의 생각만큼 많지 않다. 또한 엘크는 무리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가오는 늑대들을 쉽게 탐지하고, 빠르게 도망칠 수도 있다. 또한 엘크는 늑대보다 덩치도 크고 위협적인 발차기 기술도 가지고 있어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콜로라도 주립대학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늑대가 없었던 기간 옐로스톤은 이미 원상태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엘크의 지나친 번식으로 버드나무 관목이 사라졌고, 비버들의 수도 감소했다. 비버들의 댐이 없어지자 개울물은 빠르게 흐르기 시작해 지형을 더욱 깊게 파냈고, 지하수면은 버드나무 뿌리 근처까지 파고 들어갔다. 지금 늑대가 많아졌어도 이 버드나무를 예전으로 되돌리기엔 늦어버렸다.

물론 옐로스톤의 작은 범위의 땅에서 자라는 어느 정도의 나무들은 엘크 수의 감소 덕으로 살아나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늑대들만이 엘크의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사냥, 늘어나는 곰의 숫자, 그리고 혹독한 가뭄 역시 엘크의 수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곰의 먹이가 되는 송어의 수가 줄어든 것도 곰이 엘크의 새끼를 공격하게 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복잡함 속에서 진행된 결과이지 한 두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되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아니란 것이다.

돌아온 늑대가 옐로스톤을 살려냈다는 주장은 늑대를 잃은 것보다 더 많은 손실이 생태계에 일어나고 있는 지금, 더 큰 문제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게 한다. 지구온난화로 따뜻해진 날씨가 숲과 초원을 바꾸어가고 있다. 곰팡이균과 딱정벌레가 창궐하며 솔숲이 망가지고 있고, 천연가스 개발로 야생 동물의 겨울철 이동이 제한을 받고 있는데 말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김연주 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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