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회사 한 곳에서 또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났다. 태양광업체가 첫 디폴트를 낸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그 동안 정부가 막아왔던 부실기업들 사이에서 연쇄 부도사태가 벌어지는 신호탄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산시(山西)성의 민영 철강회사 하이신(海鑫) 철강이 지난주 만기가 돌아온 부채 상환에 실패하면서 부도처리 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지난 7일 태양광업체 상하이차오리솔라가 회사채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중국 내 두 번째 기업 디폴트 사례다.
상장사의 채권거래가 정지되는 일도 발생했다. 태양광 패널업체 바오딩 톈웨이는 이날부터 채권거래가 일시 정지됐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지금까지 중국 내 회사채 디폴트가 없었던 것은 부실한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자금 지원을 통해 부도를 막아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부실기업을 나랏돈으로 연명시켜줄 경우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제 일부 기업이나 금융상품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FT는 리 총리가 극심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 기업 부도를 막았던 기존 관행을 바꿔 몇몇 기업의 디폴트를 막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런 변화들이 연쇄 부도로 이어지지 않을지,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돼 온 그림자금융(감독 사각지대의 금융)의 붕괴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팽배하다. 물론 중국 당국의 철저한 관리ㆍ감독 하에 진행되는 것인 만큼,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현재까지는 우세하다. FT는 "정부의 구제금융만 믿고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남발해온 금융권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이신의 경우 중국 철강업계 30위 밖의 비교적 작은 업체여서 문을 닫아도 시스템 차원의 위기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 총리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 "그림자금융의 위험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림자금융 등 중국의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아 보인다. 로이터는 "리 총리가 부채 문제 등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고 물음표를 달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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