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양계 농장에서 기르던 개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AI 이종(異種) 간 감염이 확인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AI에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 산란계 농장 내 개 3마리의 시료를 채취해 AI 검사를 한 결과 1마리에서 H5형 항체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14일 밝혔다. 농장의 개에게 H5형 항원에 대한 면역체계가 생긴 것으로, 과거 AI에 감염된 적이 있었다는 의미다. 다른 두 마리 개에게서는 항원ㆍ항체 반응이 없었다. 해당 농가는 H5N8 양성판정을 받은 곳이어서 이 개가 닭으로부터 H5N8이 감염됐을 확률이 높은데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세계적으로 H5N8 인플루엔자에 포유류가 감염된 첫 사례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7일 해당 농가에서 AI가 확진 되자 이동통제 등 방역조치를 취하고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주인이 폐사한 닭을 개에게 먹였다는 진술을 듣고 AI 감염 조사를 한 결과 항체가 검출됐지만 무증상 감염이었다"고 말했다. 검역검사본부 관계자는 "AI에 감염됐던 개와 접촉한다고 해서 사람이 AI에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2004년 태국에서 AI에 감염된 죽은 오리를 먹은 개가 AI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AI 이종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인체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기석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AI의 인체감염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지만 이종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검역당국이 인체감염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포유류인 개를 감염시켰다는 사실은 사람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포유류에서 H5N8의 병원성이 확인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인체감염에 대비해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AI 인체 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며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일 경기 과천 청계산에서 발견된 큰기러기 폐사체에서 검출된 H5N8 AI 바이러스가 14일 고병원성으로 확인됨에 따라 반경 10㎞ 이내인 서울 동작ㆍ관악ㆍ서초ㆍ강남구가 이동제한지역으로 설정됐다.
서울시는 이동제한지역 내 가금류는 물론 가축분뇨, 깔짚, 알의 반출을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지만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들 4개구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는 16가구의 188마리로 파악됐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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