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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양심 오에, 세상에 던져주는 72편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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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양심 오에, 세상에 던져주는 72편의 에세이

입력
2014.03.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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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두 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전후 일본의 양심'이라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가 2006년 4월 18일부터 2012년 3월 21일까지 아사히신문에 '정의집(定義集)'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한 번씩 연재한 72편의 에세이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전후 일본 사회의 혼돈 속에서 소설가로 살아온 저자가 일본 문화와 사회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하고자 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수필집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나뉜다. 자신과 가족, 지인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 작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주고 싶은 조언, 자신의 저서 와 관련한 법적 분쟁과 탈원전 운동에 대한 생각.

책은 장애를 안고 태어나 어느덧 중년의 작곡가가 된 장남 히카리와 지내는 저자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돌에 걸려 넘어진 아들과 자신을 멀리서 지켜 보며 도움을 주려 했던 소녀를 기억하며 그는 "생활에 배어 있는 새로운 인간다움을 찾아낸 것 같았다"고 적었다. 문화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와의 인연, 정치학자이자 교육가인 난바라 시게루에 대한 기억, 프랑스의 해양탐험가 자크 이브 쿠스토와 나눈 대화 등도 소개한다.

비평가와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에 대한 조언도 있다. 비평가로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 이에 대한 평전을 먼저 써보라고 권한다. 5편의 에세이로 이어지는 '새로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에게'에선 "곧바로 발표하지 않고 고쳐 쓰기 시작하는 강한 의지"를 강조한다. 소설가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일도 잊지 않았다. '어떻게 사소설가가 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일본적 사소설을 극복할 대상으로 여겼음에도 자신이 '작자 신변의 사정에서 즐겨 제재를 취하는' 사소설가로 불리게 된 까닭을 되짚는다.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 원전 운동에 힘을 쏟았다. 2011년에 쓴 에세이 중 상당수는 탈원전과 관련한 글이다. 그는 연재를 끝마칠 무렵 원전을 포기하지 않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다. "저는 지금 일본인의 본질적인 모럴이란 다음 세대를 살아남게 하도록 애쓰는 것이며, 모든 원전을 폐기할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끝맺는 글의 제목은 '지금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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