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의료ㆍ과학계를 흥분시킨 일본 주도의 신형 만능세포 개발이 논문 발표 한달 반 만에 거짓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말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린 'STAP(자극야기 다능성 획득)세포' 개발을 주도한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논문에 사용된 여러 장의 이미지가 연구를 주도한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ㆍ30) 연구주임의 3년전 박사학위 논문 이미지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중복 사용이 고의였는지는 추가 조사할 방침이지만 최소한 네이처 논문이 새로운 연구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오보카타 주임과 공동 연구자들은 이날 연구소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맞춰 네이처 논문 철회와 사죄의 뜻을 담은 문서를 발표했다. 논문 철회를 위해서는 미국인 연구자를 포함한 공동연구자 전원(14명)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공식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연구 성과는 무효나 다름 없게 됐다. 다만 몇몇 공동연구자는 자신들이 STAP세포를 만든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보카타 주임 등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지금까지의 생명과학 상식을 뒤집는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동물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STAP세포는 노벨상까지 받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보다 간단히,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에 유전자 손상 없이 만능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지난달 외부 연구자들이 이 논문의 화상데이터가 부자연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논문의 주요 저자로 참여한 와카야마 데루히코(若山照彦) 야마나시(山梨)대 교수가 지난 10일 "믿었던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STAP세포가 정말 생긴 것인지 확신을 못하겠다"며 논문 철회를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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