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인 국내총생산(GDP)을 추구하진 않겠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2차 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률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가 훨씬 중시하고 있는 것은 숫자 뒤의 민생, 성장 뒤의 일자리"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젠 단편적인 GDP 대신 일반 백성들의 GDP, 질과 효율의 제고,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의 GDP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리 총리의 언급은 그 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하며 사실상 GDP를 숭배해온 관행에서 탈피, 앞으로는 질적 성장에 더 주안점을 두겠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리커노믹스(리 총리의 경제 정책)는 일자리를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는 "일자리는 민생의 근본"이라며 "취업우선전략과 적극적인 취업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 수는 727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농민공을 포함하면 1,000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한 상태다. 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를 '7.5% 안팎'으로 정한 것도 이런 최소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는 게 리 총리의 설명이다. 그는 '안팎'에 더 방점을 두면서 수치보단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이 관건임을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7.5% 목표치는 지금까지 이를 실현하지 못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올해도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강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는 도전이었다"며 정부 재정 부담은 늘어나고 돈 가뭄이 발생하는가 하면 전기 사용량과 화물 운송량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경착륙 우려가 커졌던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성장률과 일자리가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통화 팽창이 상한선을 돌파하지 않도록 경제를 합리적인 구간에서 관리하면서 개혁을 추진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시장의 활력을 살린 결과 성장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해에도 단기적인 부양 정책 대신 장기적인 거시정책으로 접근, 난제들을 풀어 가겠다는 얘기이다.
중국이 경제 성장의 방식을 바꾸는 데 있어 비장의 무기가 바로 개혁이다. 리 총리는 지난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개혁은 최대의 보너스이자 올해 정부 업무의 최우선 과업"이라며 "개혁의 심화에서 원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이 추진돼 왔다면 이젠 정부의 권한과 심사, 규제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시장이 자원 배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전 사회적인 창조 잠재력을 일깨우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내수 확대와 소비 증대가 올해 중국 경제의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는 수출을 대신할 경제 성장의 주요한 원동력이다. 구체적으로는 서비스업 집중 육성, 정보 소비 촉진, '광대역 중국'전략 실시, 통신 방송 인터넷망 융합, 유통 체제 개혁, 물류 배송업ㆍ택배업ㆍ온라인 쇼핑의 발전 등이 추진된다. 지난해 서비스업 부가가치의 비중이 46.1%를 기록, 처음으로 제2차 산업을 추월한 것도 흥미롭다.
도시화 정책도 주목된다. 리 총리는 ▦1억명 탈농업 인구의 도시 호적 등록 ▦1억명 인구의 도시 불량 주거지대 개조 ▦중서부 1억명 인구의 도시화 등 3개 1억명 인구 문제를 중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도시에 상주하는 농민공과 그 가족이 교육과 의료에서 차별받지 않고 현대 문명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경제가 올해 7.5% 성장할 경우 2014년 중국의 GDP는 10조달러도 돌파, 미국과의 격차를 더 줄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올해 GDP는 16조달러 안팎으로 점쳐지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