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경찰서는 버스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넘어진 뒤 기사들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전직 버스 기사 이모(67)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4월 9일 성동구 왕십리에서 권모(59)씨가 운전하는 시내버스에 타 뒷문 근처에 서 있던 중 버스가 급정거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버스 앞쪽으로 구르듯 넘어졌다. 놀란 승객들이 부축하자 이씨는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권씨를 협박해 15만원을 뜯어냈다. 이씨는 이런 방법으로 올해 2월까지 버스 기사 11명을 상대로 15만~35만원씩 모두 23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씨의 범행 행각은 버스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혀 덜미가 잡혔다.
조사 결과 25년간 버스 기사로 일했던 이씨는 버스 안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사가 징계를 받는 것은 물론 사고경력이 남아 다른 버스회사에도 취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했다. 경찰에 사고가 접수되는 것을 꺼려 합의금을 주고 해결하려는 기사들의 약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씨는 2009년 퇴직 이후 일용직을 전전하다 생활이 어려워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버스 기사들을 상대로 한 질이 나쁜 범죄"라며 "추가 범행이 있는지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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