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대기업의 채용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가을, 또는 봄ㆍ가을로 나눠 전 계열사 신입사원을 한꺼번에 뽑은 대규모 공채방식. 수십 년째 이어져오는 이 같은 공채제도가 ▦선발의 용이성 ▦직장 충성심 제고 등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고비용 채용제도'란 점에는 각 기업들도 수긍하는 편이다.
채용 방식을 바꾸려는 첫 시도는 올 초 삼성에서 시작됐다. 수십만 명이 응시해 시험장소 구하기조차 어렵고, 인적성 시험(SSAT)을 위해 고액과외까지 이뤄지는 부작용이 양산되자 결국 서류전형제도를 부활하게 됐던 것. 이 과정에서 일부 서류전형 면제자를 가려내기 위해 총장추천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대학서열화'논란에 휩싸이는 바람에 결국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한다. 유희석 서강대학교 취업지원팀장은 "총장추천제는 학교에게 인재추천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원래 의도는 존중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시험은 한꺼번에 치르더라도 접수는 1년 내내 받을 예정이었는데, 이 역시 현행 공채제도를 수시채용제도로 바꿔가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는 평가다.
수시채용 제도를 향한 움직임은 좀 더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인문계 분야에 한해 상시 채용제도를 전격 선택한 것. 이공계는 그대로 상ㆍ하반기 공채를 유지하지만, 인문계는 연중 지원을 받고 그때 그 때 인력수요에 따라 채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차의 파격적 시도에 취업 준비생들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바꾸면 어떻게 하나' '인문계만 홀대한다'며 크게 반발했지만, 기업들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들도 이젠 외국기업처럼 수시ㆍ상시채용으로 가야 하며, 그래야만 스팩 경쟁과 취업시험과외 같은 '고비용'구조가 깨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종석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전문성, 창의성 등을 높이기 위해 연중 상시 채용을 채용하는 시도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취업 상담을 맡고 있는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도 "(같은 시험을 치르는 현행 취업시험보다는) 인력이 필요한 부서의 의견을 반영한 상시 또는 수시채용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장은 "비슷비슷한 범용 인재를 채용한 다음 기업이 재훈련시키는 비용도 상당하다. 각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을 명확히 제시하고, 개인들도 삼성도 좋고 현대차도 좋고 식이 아니라 특정분야 능력을 키우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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