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위조된 출입경기록이 제출되기 전인 지난해 9월 말쯤 신원미상의 남성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변호인에게 "검찰이 조작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법정에 제출할 수도 있다"고 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증거 자료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때여서 이 남성의 신원과 역할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13일 유씨 변호인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쯤 키 170㎝ 가량에 통통한 체격의 한 남성이 선글라스를 쓴 채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내가 국정원 직원은 아니지만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검찰이 조작된 유 선생님(유우성)의 출입경기록을 법정에 제출할 수도 있다"며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내가 구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이 남성의 언행이 수상하고 출입경기록을 직접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냥 돌려보냈다.
국정원은 실제 9월 말에 출입경기록 위조본에 영사증명서를 붙여 진본인 것처럼 꾸미고 10월에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후 변호인측은 진본 출입경기록을 구해 지난해 12월 6일 공판 때 제출하며 당시 사안을 문제제기했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실제 조작 출입경기록을 제출한 것을 알고 난 후 김씨의 일이 다시 떠올라 이상한 사람이 최근 돌아다니고 있으니 증거 검증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3일 법정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국정원에도 같은 내용의 제안이 들어와 거절했으며 동일 인물로 밝혔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김모(33)씨가 2013년 9월 3일 국정원 콜센터(111)에 전화를 걸어 중국에서 출입경기록을 떼어 줄 수 있다 말했다"며 김씨가 '중국 출장을 많이 다녀 중국 접경지대에 근무하는 공안국 간부를 잘 안다. 출입경 기록을 떼는 데 돈이 들어간다'고 한 주장을 전했다. 검찰은 이어 "검사가 제출한 출입경기록 입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12년 여주에서 발생한 중국인 납치 사건의 제보자로, 주모자를 직접 중국에서 한국으로 데려오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김씨를 몇 차례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가 실제 국정원에 위조 출입경기록을 구해다 준 협조자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지만, 증거조작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김씨의 행적을 둘러싼 의문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