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도 중요한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됐는데 올 1월의 카드 3사 정보유출 때와는 달리 비난이나 서비스탈퇴 요청 등이 별로 없고 반응도 차분합니다. 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만 동네북이 됐던 걸까요."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3일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거의 모든 국민의 정보가 새 나가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카드소지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비난 여론이 거세게 확산됐다. 결국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이 결국 모두 옷을 벗었다. 심 사장의 경우 자신의 임기 전에 발생한 정보유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금융사 노조 등은 정보유출이 낙하산 인사와 무관치 않다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성난 민심에 금융당국은 검사를 신속히 진행해 카드 3사는 지난달 17일부터 3개월간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감독당국도 충격이 크다. 안일한 보안의식 탓에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이 소홀했다는 비난 속에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대책을 준비하느라 주말과 설 연휴마저 반납하며 3개월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2일 감사원도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감독책임을 묻기 위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이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최근 불거진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파장이 별로 크지 않아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 사실 유출된 개인정보가 1,200만건에 육박해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 게다가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신용카드번호, 카드유효기간, 은행계좌번호 등 중요정보도 대거 유출돼 각종 범죄에 이용될 위험도 크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 어느 곳에서도 KT 고위 임원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보안책임자에 대한 징계만 업계 안팎에서 언급될 뿐이다.
통신업계의 보안을 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책임론 목소리도 금융당국을 향했던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잠잠하다. 미래부는 올 1월 "KT를 비롯한 통신 3사의 홈페이지는 보안 수준이 양호하다"고 발표하기까지 했지만 이런 잘못된 상황인식을 지적하는 보도도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카드 정보유출로 인한 학습효과 등 때문에 피해자나 각종 단체의 대응이 훨씬 차분해진 측면이 큰 것 같다"면서도 "비슷한 사고가 터졌는데 왜 금융권에만 강력한 제재 조치가 내려지는 것인지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한숨지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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