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강남구에 사는 송아영(31)씨는 지난해 12월 아이를 낳고 올해 1월 의료기관에서 체형 관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출산 직전 79.3㎏이었던 몸무게가 체형 관리 시작 2달 만에 63.7㎏으로, 체지방률(몸무게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39.7%에서 28.8%로 줄었다. 복부 10㎝당 피하지방 양은 132.72㎖에서 72.04㎖로, 내장지방은 71.7㎖에서 32.03㎖로 크게 감소했다. 언제 아기를 낳았냐는 듯 송씨는 짧은 기간에 체형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2. 2012년 10월 출산한 서울 송파구의 김지영(30)씨는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체형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관리 전 64.6㎏이었던 몸무게가 2개월 후 63.1㎏으로, 체지방률이 35%에서 30.5%로 줄어드는데 그쳤다. 복부 피하지방은 108.13㎖에서 88.53㎖로 제법 감소했으나 내장지방은 45.69㎖에서 46.74㎖로 오히려 늘었다.
의료기관 체형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두 사람은 왜 결과가 달랐을까. 결정적인 이유는 시작 시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송씨는 출산 후 1개월, 김씨는 1년이 지나 체형에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 차이가 산후 여성의 건강과 외모를 좌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산욕기 지나기 전에 시작해야
과거에는 산모가 무조건 푹 쉬고 많이 먹어야 한다고 여겼다. 잘 움직이지 않은 채 영양 과잉 수준으로 음식을 섭취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적인 산후조리 문화가 의학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후 비만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양 여성은 출산 1년 후 몸무게가 평균 1~1.5㎏ 느는데 비해 한국 여성은 5.2㎏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은 뒤 곧장 출산 전과 다름 없이 움직이거나 운동하다간 해가 될 수도 있다. 산후 체형 관리는 일반적인 비만 관리와 달리 체중 감소뿐 아니라 건강 회복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만은 대개 영양 과잉 섭취가 내장지방 증가로 이어진 결과이지만 출산 여성이 복부에 내장지방이 많아지는 것은 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식사와 운동 모두 이를 감안해서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의학적으로는 출산 후 대략 2개월 동안을 산욕기로 정의한다. 해산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완전히 낫고 자궁 등 신체 각 기관이 임신 전 상태로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산후 1, 2주 째는 기력이 소진한 상태로 뼈마디가 전체적으로 늘어나 있다. 6주쯤 되면 뱃살이 꽤 줄어들지만 그래도 가만 있으면 임신 전 상태로 돌아가기가 어렵다. 출산으로 변형된 체형을 효과적으로 되돌리려면 송씨처럼 산욕기가 지나기 전인 출산 후 1개월 시점부터 가벼운 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 1년이 지나면 신체가 변형된 체형을 자기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
1년 지나면 출산 체형 굳어져
체형 관리를 시작할 당시 송씨는 골반을 포함, 변형된 골격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였고 임신 과정에서 몸에 쌓인 지방도 그대로였다. 송씨는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유산소운동보다 도수치료와 슬링치료를 받으며 요가와 비슷한 필라테스를 병행했다. 도수치료는 아프거나 움직이기 어려운 관절과 조직을 치료사가 마사지와 운동으로 풀어주는 치료법이고 슬링치료는 흔들리는 줄을 이용해 산모 스스로 운동하면서 손상 부위를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식단도 어느 정도 조절했다. 백색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 섭취를 늘렸다. 단 모유 수유 때문에 하루 섭취 열량은 성인 여성 권장치(2,000㎉)보다 높은 2,340㎉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나자 송씨는 체지방률, 복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 양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30대 초반 여성의 평균치(23%, 71㎖, 23㎖)에 가까워졌다.
반면 출산 후 1년이 지난 김씨는 체형 관리 시작 당시 임신 중 축적된 지방의 대부분이 이미 셀룰라이트로 바뀌어 있었다. 지방에 노폐물이 섞여 잘 분해되지 않는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게다가 골반도 출산으로 변형된 채 굳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인과 비슷하게 하루 2,000㎉ 이상의 열량을 섭취해서는 안 되며 유산소운동 위주의 체형 관리를 해야 한다. 원하는 효과를 얻는데 걸리는 기간도 자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산욕기의 관리보다 어려워 중도 포기하거나 실패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산욕기는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갓난 아기를 돌봐야 하는 만큼 산모도, 가족도 예민하고 힘든 시기다. 이럴 때 체형 관리에까지 신경 쓸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허리와 골반 부위의 통증은 원하는 체형과 건강을 되찾고 싶어 관리에 나서는 산모의 의지를 꺾어 놓는다. 하지만 허리와 골반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간단한 운동을 2주 정도 반복하면 몸이 서서히 적응하면서 통증이 줄어들고 컨디션이 나아질 수 있다.
송씨와 김씨의 체형 관리 프로그램을 진璿?메디스캔의 박준균 대표원장은 "산후 여성이 짧은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원하는 체형으로 되돌아가려면 산욕기 시기에 관리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며 체형 관리 도중 산모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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