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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없이 고귀한 것에 행복의 열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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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없이 고귀한 것에 행복의 열쇠가 있다"

입력
2014.03.1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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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문화운동가인 도정일(73)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이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첫 평론집 를 낸 뒤 문화비평서 (2008)을 제외하고 20년간 단독 저서를 내놓지 않았던 그가 모처럼 산문집 두 권을 냈다. 7권으로 기획된 문학선의 시작인 과 (문학동네 발행)는 그가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신문과 주간지에 기고한 글을 모은 것이다.

11일 만난 그는 "지난 20년간 경제 성장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사회 밑바탕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면서 "권위주의와 혈연주의 등 불합리한 문화는 변함이 없고, 시장유일주의적인 가치관이 한국인을 사로잡아 사회적 피로와 스트레스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무엇보다 현대인의 행복강박증을 걱정한다.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법을 열심히 찾아 헤매야 하는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라고 쓴 2006년의 글은 지금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는 "행복의 비결은 좋은 삶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했다. 책 제목의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이란 금전적 가치가 없어 보이지만 우리의 삶이 좋은 삶이 되도록 해주는 귀한 것을 가리킨다.

2006년 대학에서 정년 퇴임한 도정일 명예교수는 대학 교양교육 개혁을 위해 2010년부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을 맡아 인문학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2001년부터 13년째 책읽는사회만들기운동을 일으켜 11개의 어린이 도서관을 열었고 전국 70여개 학교 도서관과 500여개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고 있다. 실천하는 인문학자의 모범인 셈이다. 그는 "논어 1장에 나오는 것처럼 배우고 익힌 것을 실천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도 교수는 사람들이 인문학에서 '힐링'을 찾는 현상에 대해 "얼마나 아프면 그러겠나"고 공감하면서도 "인문학은 행복 캡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사유와 실천으로서의 인문학은 단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인간의 책임, 역사에 대한 인간의 책임, 문명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환기시킨다"고 했다.

도 교수는 자본에 잠식된 대학이 인문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교양 교육을 장식물처럼 여기는 대학의 풍토가 고급 지적 인력들을 착취하고 계량적인 방법으로만 인문학을 평가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는 "중등교육에서부터 인문학적 사유와 상상력을 길러줘야 한다"며 "대학에선 전공자를 위한 강단 인문학 못지않게 삶을 위한 실천적 인문학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7권짜리 '도정일 문학선'은 문학 에세이 , 인문 에세이 , 신화 읽기 으로 이어진다. 첫 비평집 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다. 이 밖에 세 권의 책을 더 준비하고 있다.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사유하는 책과 사회평론집, 인문학의 네 가지 책임에 대해 논하는 책이다.

"내가 쓴 글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책을 내지 않았는데 지난해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책도 낼 수 있을 때 내는 게 좋겠다 싶었죠. 경희대에서 하고 있는 4년짜리 교양 교육 쇄신 작업도 마무리 단계인데 약속대로 잘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몸이 아파서 이제 글 쓰는 것도 쉽지 않네요."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민소운 인턴기자 (경희대 언론정보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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