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오전 4년 임기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뒤 기자간담회 석상에 섰다. 마지막 자리인 만큼 기자들의 질문은 지난 4년의 공과에 집중됐다. 아쉬움이나 반성보다는 4년간 펴온 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우선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5~3.5%)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 14개월째 지속되는데 대해 김 총재는 "3년 동안 이 범위 내에서 운영하겠다는 것이니 정책실패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물가 전망이 빗나갈 조짐이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1분기 1.4%를 전망했는데 지금 1.1% 수준인 것을 가지고 크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지난 해 물가전망이 4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2.7%에서 1.2%로 반토막 이상이 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가계부채 책임론에 대해서는 "사회정책은 항상 선택의 문제"라는 말로 일축했다. 김 총재는 "한 나라를 경제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큰 것은 첫째가 정부부채, 그 다음이 기업부채 및 가계부채"라며 "만약 가계부채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어땠을지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은 조직 개혁 후유증. 김 총재는 "한은이 반드시 겪어야 할 개혁 과정이었다"며 "한은은 국민의 중앙은행이지 종사자들의 중앙은행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명암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림자보다는 빛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4년 임기 중 성과에 대해서는 장황한 자찬이 이어졌다. "직원들의 고품질 보고서가 엄청나게 나온 것은 획기적인 변화였다" "금통위 의결문의 질을 크게 높였다" "내가 오기 전에 기자들이 언제 국내총생산(GDP)갭(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이라는 용어를 들어봤느냐" "중앙은행의 역할 중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내 업적이다" 등등. 그는 임기 중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무엇에 대해 아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지난 4년이 워낙 긴박했기 때문에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마음의 여유나 편안함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주열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에 대해 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 총재 후보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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