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공모 여부에 방점을 찍고 유씨 수사의 지휘라인인 대공수사국 간부들을 겨냥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간첩 사건의 중요성이나 보고체계가 확실한 국정원 조직의 특성상 실무진이나 현장요원들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증거조작에 나서기는 힘들다고 보고 이를 지시하거나 최종 보고를 받은 컨트롤타워를 역추적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 국정원 수사관들은 물론 간부들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유우성(34)씨 남매를 조사한 수사관들이 1차 사법처리 대상으로 거론된다. 변호인단이 확보한 유씨 남매의 진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 15일 유씨는 김모 수사관 등 2명에게 조사를 받았으며, 표모 수사관 등 2명은 이틀 후인 1월 17일 동생 유가려씨를 조사했다. 수사관들을 지휘하며 유씨 사건을 총괄한 수사팀장은 증거조작에 가담했거나 묵인했을 수 있으며 다른 간부급 인사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씨 사건을 직접 수사한 국정원 직원들과 중국 내 협력자를 통해 증거 수집에 나선 직원들은 구분돼 있지만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수사 정보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씨 출입경기록과 관련한 3건의 위조문서를 입수하는 데 관여한 대공수사국 소속 김모 과장이나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의 이인철 영사도 결국 국정원 본부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12일 체포된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선 점도 실체 파악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협력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는 점에서 증거조작 사건의 이면과 또 다른 등장인물에 대해 실토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착지다. 검찰은 수사보고를 순차적으로 받았을 대공수사국장과 서천호 2차장, 남재준 국정원장이 문서위조 의혹과 관련한 보고도 함께 받았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를 위해 유씨 사건에 대한 수사보고서 및 지시문건, 수사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 받은 내부문서 등 객관적 물증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서에는 상급자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과 전결자의 서명이 기재돼 있기 때문에 사건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이메일이나 통화기록 조회에 나선 것도 같은 차원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국가기밀을 내세워 검찰의 자료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난항이 예상된다.
증거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들이 파악될 경우 사안의 성격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다만 궁극적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는 검찰도 고심하는 부분이다. 물증을 통해서도 윗선의 연루 의혹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을 경우 정무적 판단에 따라 최종 책임자가 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남 원장과 서 차장 등은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사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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