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 '한국철수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일부 협력사들은 한국지엠의 철수에 대비, GM의 공장이 있는 스페인 쪽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일 스페인 현지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한국지엠 납품 협력사 몇 곳이 스페인 진출 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GM본사가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 일부를 하반기부터 스페인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협력사들은 앞으로 일감이전이 보다 가속화되고 경우에 따라선 아예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한국보다 높은 3만 달러 수준의 국민소득 국가이지만, 정부가 높은 실업률(2013년 26.6%) 해결을 위해 낮은 인건비와 높은 노동시장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낮아 한국보다 생산성이 높고, 유럽연합(EU) 역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도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때문에 독일 폴크스바겐은 일찌감치 스페인 토종 브랜드 세아트(SEAT) 인수를 통해 이곳에 진출했고 미국의 GM과 포드, 프랑스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공장을 돌리고 있다. 현지 코트라 무역관 관계자는 "스페인 자동차 생산량이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GM은 하반기부터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 일부를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으로 옮길 예정. 한국지엠 관계자는 "트랙스 차종이 유럽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부평공장 생산능력(연 24만대)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스페인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나 협력사들은 이 같은 물량이전이 장기적으론 철수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지엠측은 "철수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고 하반기 물량이전 역시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물량을 유럽에서 생산하는 게 어떻게 철수인가"라고 반문하고 있지만, 협력사들 분위기는 다르다. 한 협력사쪽 관계자는 "부평공장이 포화상태라면 군산공장을 돌려도 되는데 굳이 스페인에서 생산하겠다는 건 장기적으론 한국을 떠나겠다는 뜻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미 발 빠르게 스페인으로 진출한 곳도 있다. 자동차부품 기업인 동국실업은 작년 9월 독일 부품사인 ICT를 인수하면서 체코ㆍ스페인공장까지 갖게 됐다. 동국실업 관계자는 "일차적으론 선진기술 획득과 시장 다변화를 위한 인수합병이었지만 하지만 높은 생산비로 한계치에 달한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생산물량을 해외로 옮기고 있는데 대한 대응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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