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3월 13일] '대박'과 '신뢰' 사이의 균형

입력
2014.03.12 12:00
0 0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되었던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국외 활동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과 대북 정책 평가에서도 응답자 과반 이상이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방미와 방중 정상회담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각인되었다. 또한, 지난 1년 중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한국정부에 압박해 온 적도 있었지만, 한국은 시종일관 자신의 원칙대로 북한을 상대하며 개성공단을 재가동시켰다. 역사 왜곡문제로 일본의 정상회담 요구에 부정적이었던 한국이 국제여론에서 코너에 몰리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국제여론을 일거에 뒤집었다. 노력, 의지, 그리고 시운(時運)까지도 잘 맞았다. 올해 들어서는 '통일 대박론'까지 가세하며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정부가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국제사회의 조용한 기류가 하나 있다. 바로 박 대통령이 지난 3일 평화, 자유, 번영과 함께 '대박'의 또 하나의 의미로 밝힌 인권 관련 문제이다. 우선 북한과의 관계를 보자. 작년부터 이산가족 상봉제의를 거부해오던 북한이 갑자기 '통 큰 양보'를 내세우며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 금강산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였다.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이 24일부터 시작되었지만, 당시 북한은 이를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하지 않기로 했고, 남한은 북측이 주장한 '상호비방 중지' 요구를 수용하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지난달 17일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보고서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정치구조로 크게 주목받지 못한데다 이산가족상봉이라는 또 하나의 우리 민족의 중대사가 있었다. 하지만 국외에서는 '정치적 학살' 이라는 새로운 표현까지 포함된 이 보고서가 묘사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는 그야말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번지던 북한 인권문제 역시 이산가족상봉의 보도로 국제 언론의 중심에서 묻혀버렸다. 일부 서구학자들은 북한이 인권 이슈를 막기 위해 이산가족상봉 카드를 양보하였고 이를 한국이 덥석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5차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로 일본에 직격탄을 날렸다. 윤 장관은 위안부 문제는 한일 사이의 역사적 갈등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라고 밝혔다. 일본의 반론이 이어졌지만, 중국과 북한이 일본 비판에 가세하며 국제사회의 여론은 다시 한국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었다. 윤 장관은 북한의 인권문제 또한 지적했으나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회피를 주로 비판하는 자리였다.

물론 위안부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으나 한편으로는 보편적 가치 적용의 불균형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역사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라며 일본을 비판했지만, 같이 일본을 비판했던 중국과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북한과는 '상호비방금지'도 합의한 한국의 모습을 보자. 이는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하는 외교 철학에 따른 행동이라기보다는 일본과의 외교 논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북한과는 교류를 우선하기 위해 '인권'카드를 꺼내거나 집어넣는 자기 계산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들은 주변 강대국보다 군사력,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이 가치와 규범을 중심으로 주변국의 신뢰를 얻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주장하는 가치와 규범은 더 엄격해야 한다. 인권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한국 외교의 철학이 아닌 일시적 전술 카드로 사용된다고 국제사회에 인식되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는 물론 북한과도 진정한 '대박'도 기대하기 어렵다. '신뢰'와 '대박'의 균형점을 다시 잡아가야 할 때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