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로 남을 뻔했던 '부산 고부(姑婦) 피살 사건'의 범인이 폐쇄회로(CC)TV에 꼬리가 잡혀 발생 두 달여만에 검거됐다. 앞서 경부고속도로 부산요금소에서 발생한 현금 수송차량 탈취 사건을 단 하루 만에 해결한 열쇠도 CCTV였다.
부산진경찰서는 80대 시어머니와 60대 며느리를 살해한 혐의로 김모(66)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1월7일 오후 2시쯤 부산 가야동 주택에서 시어머니-며느리 사이인 김모(87)씨와 정모(65)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혈흔 등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한 경찰은 주변인 조사와 현장 부근 2,000세대를 대상으로 정밀 탐문수사를 펼쳤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에 경찰은 사건 현장 반경 700m 내 CCTV 139개와 10개 노선버스 331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수집, 분석전담팀을 두고 2개월에 걸쳐 자료를 추적했다. 사건 현장을 지나간 차량 2,200여 대와 행인 1,215명을 조사해 10여 명을 용의자로 압축했다. 이 중 며느리 정 씨의 고교 친구 남편인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통화내역과 금융거래를 추적하는 한편 김씨를 1차 탐문조사했다. 그는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추가 CCTV 분석 결과, 김씨가 몰던 차량이 현장을 이유 없이 배회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지난 10일 김씨를 긴급 체포했고, CCTV 영상과 범행 당시 신었던 신발을 증거로 제시하자 범행을 부인하던 김씨도 결국 자백했다.
김씨는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김씨가 장갑을 끼고 범행을 저질러 지문을 남기지 않은 점, 강도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피해자 지갑을 가져간 점, 현장의 가스 밸브를 훼손한 점, 피해자가 50억원대의 재력가인 점 등에 비춰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를 파악하고 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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