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나마 과학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것이 여론조사다. 그러나 여론조사도 휴대전화 급증, 너무 적은 응답비율 등 기술적 한계에다 속마음을 숨기는 응답자가 늘어나는 현상까지 겹쳐 정확성이 떨어진다. 대부분 여론조사는 신뢰수준 95%에 오차 범위 ±3.0~3.5%인데, 실제 결과가 그 범위를 훌쩍 넘어선 경우도 적지 않다. 오차 범위가 아니라 10~20% 앞서다가 지면, 하늘이 무너지는 황망함을 느낄 것 같다.
■ 대표적 사례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다. 당시 정당 지지도나 후보 지지도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한참 앞섰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7곳, 한나라당은 6곳을 차지했다. 기초단체장 결과는 더욱 예상 밖이었다. 한나라당은 82곳에 그쳐 92곳을 차지한 민주당에 밀렸다. 한나라당은 특히 서울 25곳 중 4곳, 경기 31곳 중 10곳, 인천 10곳 중 1곳만 이겼다. 민주당은 수도권 66곳 중 46곳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 숫자도 충격적이었지만, 내용은 더 심각했다. 여론조사에서 최소 10%, 최대 25%까지 앞서던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개표에서 역전을 거듭하다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 겨우 0.6% 이겼다.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상 압도적 우위에 있던 인천시장,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졌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경남지사도 뺏겼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난리가 났다. 간판을 내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자체 분석 결과, "숨어있는 표심을 읽지 못했다"는 반성을 내놓았다.
■ 이번 6ㆍ4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숨어있는 표가 얼마나 될 것이며, 어느 쪽이 더 많을 것이냐다. 일단 야권 표가 더 많이 숨어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 국정원 댓글 수사팀 좌천, 종북 논란, 내란음모사건 유죄 판결, 진보당 정당해산청구 등 시국상황이 야권 지지층을 움츠러들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견고하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이르다. 숨어있는 표를 염두에 두고 선거를 지켜보자.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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