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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3월 13일] 미래성장동력 확보, R&D 넘어 C&D로

입력
2014.03.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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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에서 수술보조 로봇이 의사를 도와 정밀 외과수술을 한다. 독신 남성의 집에서는 주인이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보낸 지시에 따라 로봇청소기가 텅 빈 집을 혼자 청소하고, 맞벌이 부부 가정에서는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무장한 로봇이 아이의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한다. 독거노인의 집에서는 실버케어 로봇이 노인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재활치료까지 돕는다. 직장 여성이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이 몇 시간 뒤 무인항공 택배로봇을 통해 집으로 배달된다. 지능형 로봇이 상용화할 때 펼쳐질 우리의 미래상이다.

최근 열린 '국민소득 4만 달러 실현을 위한 미래성장동력 토론회'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13대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인텔리전트 로봇이 선정됐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노인 및 장애인 보조 로봇과 인간의 편리한 삶을 보조하는 서비스 로봇 등 인텔리전트 로봇은 2020년 세계시장 규모가 569억 달러, 국내 시장규모는 6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 ICT, 소재, 전자 등의 풍부한 연관 산업 기반과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지속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있다면 2020년쯤에는 세계 3대 지능형 로봇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텔리전트 로봇 이외에도 5G이동통신, 스마트카,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등을 포함한 9대 전략산업과 지능형 반도체, 사물인터넷 등이 4대 기반 산업이 13대 미래성장동력에 포함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포함한 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과 8개 경제단체가 지난해 11월 미래성장동력기획위원회를 발족해 총 200여 개의 미래 유망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치밀하게 검토해 선정했다. 세계시장의 잠재력이 크고,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창조적 산업생태계 구축 가능성이 높은 13개 분야를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과거에도 차세대 성장동력, 신성장 동력 등의 이름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13대 미래성장동력은 과거와는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창조적 산업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아 대ㆍ중소기업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창업과 성장이 활발하게 촉진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략산업 이외에 기반산업도 함께 선정하여 미래성장동력 산업 간의 연계성 및 융합을 강화했다. 정부와 기업, 출연연과의 협업을 강조한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출연연은 한국 경제성장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일례로 KIST는 포항제철 건설계획 수립, 중화학공업 발전 청사진 마련, 그리고 선진기술의 도입과 응용 분야에서 큰 역할을 했다. 창조경제시대를 맞은 지금 출연연의 역할은 더 커지고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에 선정된 미래성장동력 분야에도 출연연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여러 출연연이 인텔리전트 로봇, 스마트카,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융ㆍ복합 소재 등 13개 산업에 대한 기초ㆍ원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지적재산권도 다수 확보되어 있다.

이제 출연연은 원천기술 확보와 더불어 응용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 올린 후 타 산업과 융합하는 데까지 역할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글로벌 기업 '아마존'은 국방 분야에 활용되던 무인항공 로봇인 드론을 제품 배송이라는 물류산업에 적용해 로봇 기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국방 분야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을 타 산업에 성공적으로 연결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출연연의 역할은 연구개발(R&D)이었다. 이제는 연결개발(C&DㆍConnect & Development)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기술과 기술을 연결하고 서랍 속에 있는 기술을 꺼내어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출연연의 새로운 역할일 것이다.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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