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모아 하루에 3,000원 남짓 버는 입장에선 한 달에 20만원은 엄청난 돈이란 사실을 국회의원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믿고 올해부터 매월 20만원씩 받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하루아침에 배신당한 기분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실에 노인들의 불만 섞인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설정한 기초연금법안 처리 시한(10일)을 넘긴 이후에도 정치권이 상대 정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 몰두하면서 비난 전화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저소득층 노인들의 민생은 뒷전인 채 기초연금법 처리 무산을 6ㆍ4 지방선거에 활용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을 향한 원망인 것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어제 민주당이 보건복지위 소위에 불참해 기초연금 7월 지급이 어려워졌다"면서 "민생을 내팽개친 야당에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절망할 것"이라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법으로도 여야가 합의만 하면 월 20만원씩 지급 가능한 기초연금을 굳이 국민연금과 연계해 깎자는 정부ㆍ여당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효도하는 정치가 새정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한다'는 정부의 기초연금안 발표 이후 여야는 6개월 간 평행선만 달려온 것이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법안이 표류할 경우 7월 이후에도 현행 수준(약 10만원)의 연금만 지급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여야는 7월부터 인상된 기초연금(20만원)을 기대했던 저소득층 노인들의 불만을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금 드리려고 거짓말 한 새누리당, 많이 드리려고 싸우는 민주당'이란 현수막을 걸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시간 끌기 NO! 어르신들 하루가 급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전국에 걸어 여론전에 불을 붙였다. 이 같은 '네 탓' 공방을 반복하면서 새누리당은 '야당의 발목잡기', 민주당은 '정부ㆍ여당의 공약파기'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정치학) 교수는 "기초연금 인상은 여야 모두 노인 복지 확대를 위해 제시한 대선 공약"이라면서 "정치권이 정략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하루 바삐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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