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빅데이터 프로그램 개발업체에 다니는 A(38)씨에겐 요즘 헤드헌터로부터 '하둡(Hadoop)'관련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그는 "대기업으로 이직 제안을 많이 받는데 회사 옮길 생각이 없다고 해도 하둡을 얼마 동안 다뤘고, 얼마나 잘 다루는 지를 꼬치꼬치 캐묻는다"며 "개발자들 사이에선 하둡 관련 경력이 몇 년만 있어도 연봉 2억~3억 원은 기본으로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전했다.
빅데이터 전성 시대를 맞아 기업마다 하둡 엔지니어 쟁탈전이 뜨겁다. 저가의 서버와 하드디스크를 써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분산파일 시스템(빅데이터 처리시스템)인 하둡이 전성기를 누리면서 이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하둡 전문 플랫폼 제조회사인 그루터의 권영길 대표는 "빅데이터 시대의 성공은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값비싼 외부저장 장치와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쓰려면 수천만~수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반면 하둡은 오픈 소스여서 비용이 훨씬 적은데다 설치와 사용도 어렵지 않아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링크드인, 트위터 등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하는 해외 유명 IT기업들이 모두 하둡을 활용해 성공을 거두며 국내기업들도 하둡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고, 관련 전문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통신, 전자, 유통, 금융 등 빅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려는 기업이나 오라클, IBM 등 해외 솔루션 업체들, 대형 시스템통합(SI) 회사들까지 하둡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주요 기업의 수시 채용 정보에도 하둡 관련 경력은 최고 우대 사항"이라고 전했다.
국내에 하둡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무렵. 하지만 지금도 국내에서 하둡을 '좀 한다'는 개발자는 100명 남짓이다. 이들은 NHN 등 포털사나 5개 안팎의 전문 플랫폼 개발 업체에 속해 있는데, 이들이 영입 전쟁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이 파격 조건을 내세우며 중소기업 인력을 빼가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중소 플랫폼 개발 업체 관계자는 "한 외국계 기업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국내 중소업체 개발자를 몰래 데려가려다 공분을 샀다"며 "몇 년에 걸쳐 어렵게 실력을 쌓도록 한 인력을 빼가는 것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보고 죽으라는 소리"라고 답답해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하둡 인력 영입만으로 빅데이터 활용 능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권 대표는 "빅데이터란 기존에도 있었지만 활용하지 못한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 사정과 비즈니스를 가장 잘 아는 내부 인력이 잘 다루는 게 핵심"이라며 "적은 양의 데이터부터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떤 것이 가치 있는지 알아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년여에 걸쳐 하둡을 이용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GS홈쇼핑의 김준식 상무는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려도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내부 인력을 양성해서 그들이 하둡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 하둡(Hadoop)이란
2004년 더그 컷팅이라는 미국의 프로그래머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방법을 찾다 구글이 공개한 맵리듀스(MapReduce)라는 파일시스템 논문 등을 활용해 처음 만들었다. 명칭은 어린 아들이 갖고 노는 노란 코끼리 장난감을 하둡이라 부르던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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