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의 첫출발인 경영평가단 구성 과정에서 일부 평가위원이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하는 파행이 빚어졌다. 가뜩이나 해당 공공기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 과정에서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할 경영평가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되면서 향후 개혁 진행과정 마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월 부채과다 및 방만경영 중점관리 공공기관 38곳으로부터 정상화 계획을 제출 받아 지난달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했다. 이어 3월까지는 나머지 공공기관 257곳의 정상화 계획을 제출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영평가단 내 노사복리후생팀 소속 평가위원들이 경영평가 방식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집단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노사복리후생팀은 정부가 방만경영 개혁을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복리후생 삭감을 평가해야 하는 핵심 분과인데 팀장까지 사퇴해 여파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파행은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해 발생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 된다. 8일 열렸던 경영평가단 워크숍에 참가한 평가위원들 사이에서 "공공기관이 제출한 경영 정상화 계획에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상당히 위축시킬 수 있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한국예탁결제원이 제출한 정상화 계획서에는 단체협약상 '구조조정 시 노조 동의'가 필요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이를 협의조항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예탁결제원이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무효화해야 하는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노사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노사 자율로 결정하는 고용 관련 중요 사안을 정부가 정상화 계획 안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노조 탄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미 6월 총파업을 선언한 공대위는 공공기관 200여 곳으로부터 단체교섭권을 위임 받았다. 정부가 일방적인 공공기관 정상화에 나설 경우 동시에 임단협 협상에 돌입한 후 쟁의요건을 갖추면 공공기관 사상 첫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대위는 또 공공기관 개혁으로 공공기관 사업이 민간으로 이양되면 원가에 이윤이 더해지면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영평가위원 일부가 개인 사정으로 교체되는 건 늘 있는 일"이라고 밝혀,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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