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허술한 의료체계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젊은이들이 숨지거나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육군 모 사단 소속 강모 병장은 지난해 7월 상병 건강검진에서 폐 사이에 종양이 발견됐다. 당시 군의관은 진료카드에 이 사실을 기록했으나 건강검진 판정을 맡은 군의관은 기록을 확인하지 않고 합격 판정을 내렸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강 병장이 그 후 계속 몸에 이상을 느껴 사단 의무대를 찾았으나 감기약 정도만 처방 받았다. 그 사이 9㎝이던 종양은 15㎝로 커지고 다른 장기로 전이돼 악성 4기로 악화됐다. 건강검진 담당 군의관이나 사단 의무대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강 병장은 일찍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군 의료사고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석 달 전에는 신병교육대 훈련병이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당뇨합병증으로 숨졌다. 최근 2년 사이 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사례는 5건이나 된다. 이들의 사인은 각각 급성백혈병과 뇌수막염, 폐렴에 따른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등으로 밝혀졌지만 모두 해열제 처방을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사고가 나면 군 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내놓지만 이전에 나온 것을 재탕하는 수준이다. 강 병장 사태 후 국방부는 군 병원 건강관리체계 보완 등의 대책을 발표했으나 훈련병 사망 사건 당시 내놓은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군의관의 자질 향상 등 전문화된 군 의료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 군 병원 의사의 상당수는 3년 의무복무 뒤 전역하는 단기 군의관으로 충원돼 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상병 진급자가 23만 명인데 군의관 한 명이 1만7,000명을 담당하는 현실도 의료 부실의 원인이다.
군 복무 중인 병사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적절한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은 군의 책무이자 국가의 책임이다. 무기구입에는 연간 10조원 넘게 쓰면서 장병들의 건강에는 인색하다면 누가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 서겠는가. 군 의료체계 개선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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