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수색 범위를 대폭 확대했지만 나흘이 지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테러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경찰은 도난 여권을 소지한 탑승객 두 명 중 하나가 테러조직과 무관한 이란인이라고 밝혔다.
"도난 여권으로 독일 망명 시도"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11일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이란 국적의 푸리아 노르 무함마드 메흐다드(19)가 도난 여권을 갖고 사고기에 탑승했다고 발표했다. 메흐다드는 태국에서 도난 당한 이탈리아ㆍ오스트리아인 여권을 소지한 승객 두 명 중 하나다. 경찰은 신원 조사 결과 그가 테러조직과 관계 없으며 독일로 망명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여객기 납치, 조종 방해, 정신이상, 탑승자 간 시비를 상정하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두 여권 도용자가 비행기표를 공동구매하는 등 보조를 맞춰온 점을 고려하면 다른 한 명도 테러조직과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발권 업무를 대행한 태국 파타야의 여행사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평소 거래해온 이란인 사업가가 '친구들이 유럽에 가려 한다'며 비행기표를 예약했다"며 "특정 항공편이 아니라 가장 싼 티켓을 달라고 한 만큼 테러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당국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또 다른 위조여권 소지지가 사고기에 탔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사고 나흘 만에 회항 가능성 점검
말레이시아 당국은 11일 사고기 수색 범위를 서부 해안과 육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사고기 추락 추정지점인 태국만(灣)에서의 수색 범위를 반경 50해리에서 100해리(185㎞)로 넓힌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동부 해역에 한정됐던 수색 범위가 대폭 확장된 것은 사고기가 이륙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회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군 레이더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사고기 경유지였던 인접국 베트남도 자국 육지를 포함해 수색 범위를 넓히는 한편 공동 수색 작업 중인 외국 선박의 영해 진입을 허용했다.
수색 작업에는 두 나라 외에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중국, 미국 등 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자국민 153명이 사고기에 탑승한 중국은 4개 부처 합동조사단과 군함 2척을 현지 파견하고 인공위성 10기를 잔해 수색에 투입하며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도 사고기가 공중 폭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음파 분석에 나섰다.
사고 당일인 8일 오전부터 진행 중인 수색 작업은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당국이 두 차례에 걸쳐 발견한 표류물은 기체 잔해가 아니거나 수거에 실패했고, 말레이시아 북동부 해역의 기름띠도 항공유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수색팀은 중국 해경선이 10일 사고 추정 지역 인근에서 발견한 또 다른 기름띠 두 개와 같은 날 홍콩 민항기가 발견한 표류물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급하게 기체 추락 지점을 확정하고 정체불명의 표류물 수거에 치중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가라앉은 기체가 이미 90마일(145㎞) 이상 이동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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