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흥진 영화평] 런치박스[★★★★] "섬세한 유모 돋보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흥진 영화평] 런치박스[★★★★] "섬세한 유모 돋보여!"

입력
2014.03.11 07:02
0 0

잘못 배달된 점심 도시락, 사랑은 그렇게 시작했다?

인도영화 는 남녀의 서신 교환을 통한 감정의 접근을 상냥하고 우아하며 또 간절하고 정감이 넘치게 그렸다. 북적이는 뭄바이에서 서민층의 일상을 과장 없이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보는 사람이 현장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갖게 한다.

매력적인 영화로 인간성이 물씬 풍기는데 무리 없이 또 동정이나 연민하지도 않으면서 도시 서민들의 애환과 희망과 후회 그리고 고독과 두려움을 따스하고 부드럽게 다루고 있다. 마음에 곱게 와 닿는 영화로 주인공들이 참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하고 바라게 된다. 영화의 골격은 매일 같이 배달부들에 의해 뭄바이의 각 직장으로 배달되는 점심 도시락이다. 집에서 주부들이 아침에 마련한 점심이 남편들의 책상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재미있는데 똑같이 생긴 도시락 용기들이 한치의 착오도 없이 배달되는 것이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리고 저녁이면 도시락 용기들은 주인 집으로 반환되는데 아뿔사, 그만 이 점심 배달에서 도시락 용기가 바뀐다.

아름답고 현명하고 유머가 있고 음식솜씨가 좋은 젊은 가정주부 일라(님라트 카우르)는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편(나쿠르 바이드)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아파트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의 코치(음성만 들린다)를 받아 남편의 점심을 정성껏 마련해 지전거 배달부에게 준다.

그런데 일라의 도시락이 어느 날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관공서 회계사인 사잔(인도의 중견 배우로 와 에 출연)의 책상에 배달된다. 사잔은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주위와 담을 쌓고 고독하게 살고 있었다. 사잔은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저녁에 도시락이 엉뚱한 사람에게 배달됐다는 것을 깨달은 일라는 다음 날 전연 타인인 사잔에게 자신의 속상하는 상황을 글로 적어 도시락에 끼워 보낸다. 이를 읽은(주위 사람이 볼까 봐 조심해 일라의 글을 읽는 사잔의 모습이 우습고 재미있다) 사잔이 일라에게 답장을 보내면서 두 사람간의 서신교환이 이어진다. 그리고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둘은 서신교환을 통해 감정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이룬다.

일라와 사잔 외에 제3의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사잔의 자리를 이어받을 젊은 샤이크(나와주딘 시디퀴). 그는 가난한 촌사람이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생명력을 가졌다. 그리고 때로 성가실 정도로 곰상스럽게 구는 샤이크에 의해 굳게 닫혔던 사잔의 마음은 서서히 열린다.

은밀하고 섬세하며 유머가 있는 영화로 두 남녀 주인공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과묵하고 조용한 칸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의 연기에 맞서는 쾌활한 시디퀴의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인파와 자전거와 인력거 그리고 구식 택시들로 바글거리는 뭄바이 거리를 찍은 촬영도 좋다.

는 4월 10일에 개봉한다.

박흥진 @gmail.com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원 hjpark1230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