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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외국 석학 영입에만 매달려 '굴욕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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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외국 석학 영입에만 매달려 '굴욕 계약'

입력
2014.03.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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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매년 국고 30억원을 지원받는 '노벨상 수상자급 석학 유치 사업'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년 계약을 맺고도 1년 만에 서울대를 떠난 석학 토머스 사전트 교수 사례는 계약 불이행에 따른 제재도 없는 일방적 계약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서울대가 유기홍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토머스 사전트 교수 임용 계약서'는 ▦국내 체류 90일 이상 ▦강의 1.5개 진행 ▦하나 이상 연구활동 등 모호한 규정만 있을 뿐 세부지침이나 계약 위반 시 불이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계약서대로면 임용된 교수가 계약기간 중 임의로 수업을 중단해도 손해배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서울대가 이 사업시행 후 처음으로 영입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전트(70) 교수부터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는 서울대와 2012년 9월 7일부터 2년간 15억원 연봉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9월 임기의 절반만 채운 채 돌연 강의를 취소하고 출국했다. 당시 서울대는 사전트 교수와 1년 단위로 연장하기로 해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서 상 기간이 2년으로 명시돼 있을 뿐 '1년 단위 연장'이라는 단서조항은 없었다.

그런데도 사전트 교수는 1년치 연봉 5억원, 정착 지원비, 연구비 등 출국 직전까지 모두 8억원 정도를 챙겼다. 실제 한국에 체류한 기간이 100일 남짓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달 2억원 이상을 받아간 셈이다.

이런 일이 사전트 교수 한 명에서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서울대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연구 세미나 자문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임용했거나 임용 예정인 노벨상 수상자급 석학은 7명으로, 이들의 연봉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서울대와 체결한 계약서는 사전트 교수와 같은 형식으로 계약 위반에 따른 불이익 조항이 없다.

계약의 허점으로 해외 영입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은 서울대 내부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 교수는 "노벨상급 석학을 무리하게 영입하려다 보니 높은 연봉과 짧은 체류기간 등 상대적으로 학교에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뚜렷한 연구실적이 없어도 연구를 압박할 수단이 없어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기홍 의원은 이 사업에 대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매우 방만하게 집행돼 왔다"며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관련 규정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대 측은 "계약기간은 2년이 맞지만 급여와 연구비 지급은 1년 단위로 하게 돼 있어 1년치만 지급했다"면서 "학교에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지급규정을 지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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