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조작 의혹이 사실로 속속 확인되면서 수사 결과에 따른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골자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협력자를 통해 입수해 검찰을 거쳐 법원에 제출한 유우성(34)씨의 북-중 출입경기록과 관련한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9일 밤 발표문을 통해 밝혔듯이 3건의 문서는 모두 '중국 내 협력자'를 통해 확보됐다.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도 유씨의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반박자료 구하라는 주문을 받고 문서를 위조했다고 시인했다.
김씨와 같은 협력자들이 국정원 직원까지 속여가며 단독으로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직원들은 법적인 처벌을 면하고 협력자들만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씨의 경우에서 보듯 중국 국적의 민간인이 중국 현지에서 중국 문서를 위조했기 때문에 검찰은 처벌 권한이 없으며 중국에 신병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위조문서를 한국 법정에 제출하기 위해 만들었고 문서 전달장소가 한국일 경우 검찰이 김씨를 형법상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처벌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국에 머물고 있는 다른 국정원 협력자들의 경우 검찰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정원 직원들이 위조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중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보안법 12조는 다른 사람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ㆍ인멸ㆍ은닉한 자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간주해 똑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원들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유우성씨에게 씌운 간첩 혐의와 같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사후에 위조 사실을 인지한 차원을 넘어 국정원 직원들이 처음부터 위조 문서를 구해 오라고 지시하는 등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가중처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서 위조 과정에 국정원 간부 등 윗선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파장은 걷잡을 없이 확대될 수 있다.
현재까지 수사 및 공판검사가 문서 위조에 관여했거나 위조 문서 사용을 묵인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검사는 수사지휘 책임에 따른 내부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징계 대상의 범위나 지휘부의 사퇴 여부 등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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