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의'불굴의 정신'이 세계인들에게 반전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었으면 좋겠습니다."
4ㆍ3사건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까지 굴곡진 제주의 현대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제주의 영혼들(The Ghost of Jeju)'이 9일(현지시간) 2014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POEFF)에서 엑스포제 상(Expose Award)을 '깜짝'수상했다.
이 영화를 만든 레지스 트렘블레이(69) 감독은 이날 수상식에서"제주 역사와 강정마을 사람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전 세계가 들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수상 소식에 더없이 기뻐할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주의 영혼들'은 미국 독립영화 감독 트렘블레이가 4ㆍ3사건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까지 제주의 아픈 현대사를 미국의 군사주의에 대한 비판에 기초해 8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녹여낸 작품. 특히 영화에는 평소 미국 군사주의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오며 지난해 여름 제주 해군기지를 방문하기도 한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68)과 의 저자 브루스 커밍스(71) 시카고대 석좌교수 등이 직접 출연해 '제주의 문제'를 미국 정부의 제국ㆍ군사주의적 성향이 빚어낸 사태로 해석했다.
영화에서 트렘블레이 감독은 4ㆍ3사건을 가리켜 "공권력이 자결권(自決權)ㆍ사회정의ㆍ통일ㆍ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쓴 추악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또 "제주 사람들은 미국의'아시아 중시정책'을 위한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400년 역사를 이어온 마을 공동체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시카고 컬추럴센터 클라우디아 캐서디 극장에서 가진 공식 상영회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트렘블레이 감독은 "내게 '왜 반미영화를 만들었느냐'고 하지만 나는 미국과 미군을 지지한다. 그러나 엄청난 국방예산을 쏟아 부어 세계 곳곳에 1,000여 개의 해외 군사기지를 조성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미군은 미국 내에서 우리 기술을 이용해 우리 국경을 지키면 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2012년 9월부터 한 달간 제주 강정마을에 머물며 현장취재와 자료수집을 한 그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지금 제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궁금해한다"며 "관객들의 기립박수로 오랜 수고에 보상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취재와 탐문, 방대한 자료 수집 등을 통해 만든 이 영화에서 트렘블레이 감독은 관객들에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까. 그는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자행해온 일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사실 그대로를 말해주고 싶었다"며 "전쟁을 멈추기 위해 사람들이 무언가 하려는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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