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 치열한 순위 싸움만큼 흥미로운 대결 구도다. 12일 막을 올리는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대진은 '사연 시리즈'다. 먼저 6강(5전3선승제)에서 맞붙을 서울 SK(3위)-고양 오리온스(6위), 인천 전자랜드(4위)-부산 KT(5위)의 대결은 풍성한 얘깃거리로 가득하다.
'칼'을 갈고 있는 쪽은 오리온스와 전자랜드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SK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또 전자랜드 최고참 이현호는 "2년 전 KT에 0.7초를 못 버티고 졌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리온스와 SK는 올 시즌 '오심 악연'으로 묶였다. 지난해 11월20일 양 팀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경기 막판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오심이 2개나 나왔다. 오리온스 김동욱의 일반 파울이 속공 파울로 지적됐고, 오리온스 이현민이 공격할 때 수비하던 SK 변기훈의 헐리웃 액션에 공격자 파울이 선언됐다.
흐름을 끊은 심판 판정에 역전패를 당한 오리온스는 한국농구연맹(KBL)에 재경기를 요청 했지만 KBL은 오심을 인정하면서도 재경기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졸지에 가해자 입장이 된 SK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양 팀의 대결은 만날 때마다 불꽃이 튀었고, 올 시즌 상대 전적은 SK가 6전 전승으로 우위를 보였다.
신경전은 플레이오프를 앞둔 미디어데이에서도 이어졌다. 사회자가 "6강이 몇 차전에서 끝날 것 같은지 손가락으로 펼쳐 보여달라"고 하자 문경은 SK 감독은 3개, 추일승 감독은 4개를 펼쳤다. 문 감독은 "그렇게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정규리그 6승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추 감독은 "SK에 한번 정도 내줄 의향이 있다. 3승1패로 끝내고 싶다"고 받아 쳤다.
전자랜드와 KT는 서로 '발톱'을 숨겼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KT와 팀 컬러가 비슷해 준비할 것이 여러 가지"라고 말했고, 전창진 KT 감독은 "전자랜드는 상당히 끈끈한 팀이라 배울 점이 많다. 배운다는 자세로 하겠다"고 밝혔다.
날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양 팀은 2년 전 6강 플레이오프에서 혈투를 벌였다. 마지막 5차전 4쿼터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전자랜드는 연장 종료 22초를 남기고 81-79로 앞서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KT는 마지막 공격에서 찰스 로드의 손을 떠난 공이 버저와 함께 림으로 빨려 들어가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를 올린 KT는 결국 2차 연장에서 웃었다. 공교롭게도 로드는 올 시즌 KT가 아닌 전자랜드에 몸 담고 있다.
이현호는 "종료 2분을 남기고 10점 이상을 이겨도 안심할 수 없는 상대가 KT"라며 "타짜 경향이 있는 조성민을 꼭 막겠다. 실수를 안 하도록 끝까지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KT 야전사령관 전태풍은 "우리 팀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4강에 오르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전자랜드-KT전은 12일부터, SK-오리온스전은 13일부터 시작한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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