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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3월 11일] 나이와 특권

입력
2014.03.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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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책을 한 권 낼 예정인데, 약력에 출생연도를 쓸지 말지 잠시 망설였다. 1974년생이니 올해 마흔하나. 벌써 나이를 밝히기 싫은 나이가 되었나 싶어 씁쓸하다. 더 이상 젊은 축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견의 관록과 반백의 연륜이 붙은 것도 아닌 어정쩡하고 애매한 나이. 스물넷부터 내 이름으로 글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니 한동안 젊은 시인 소리를 들었다. 그때는 솔직히 나이를 묻는 게 왜 실례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약력이라면 자고로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정도는 포함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다. 나이를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이 오히려 궁색하게 보였는데, 웬걸, 이제 나 스스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처지에 이르고 보니 나이를 밝히는 데 스스럼이 없는 것이야말로 일종의 특권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이가 나를 규정하건 말건 무심해질 수 있는 특권. 정작 누릴 때에는 제가 누리는 것이 특권인 줄 모르다가 잃고 나서야 마음 한 구석이 휑해진다. 하지만 마흔한 살이란 또 어떤가. 올 초 한 선생님께서 내 나이를 묻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참 좋은 나이네." 벙벙한 얼굴로 뭐가 좋은 거냐고 여쭤 보았다. "하는 일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이제 뭔가 조금씩 알 것 같지 않아? 좌충우돌 시기는 지났고. 아직 몸이 말썽을 부릴 때는 아니고." 그런 걸까. 나로서는 어정쩡하게만 느껴지는데. 여전히 나는 내 나이가 누리는 특권에 대해 무지한 것일지도.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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