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물질이 대기와 해양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돼 이르면 올해 말 시범 운영된다.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환경연구부 실장은 최근 열린 '2014 원자력안전연구 심포지엄'에서 장거리 대기 및 해양 확산모델을 공개하고 "체르노빌 사고 관측 자료, 14개국 21개 기존 모델과 비교해 검증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은 정부 유관 부처와 연구기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협력 국가에 이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한 해양확산모델(LORAS)을 실행한 결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바다에 배출된 방사성 세슘(Cs-137)은 2012년까지만 해도 일본열도와 캄차카반도 동남쪽에 주로 머물러 있었으나 최근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서 실장은 "방사성 세슘 일부가 2015년이면 한국 남해와 미국 서부 연안에 도달하고 2016년에는 호주 근처, 2019년엔 태평양 전체로 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 실장은 그러나 "확산되는 동안 희석돼 우리 바다로 유입되는 세슘은 바닷물 1㎥ 당 0.1밀리베크렐(mBq) 정도의 미량이 될 것"이라며 "사고 전 우리 해수 중 Cs-137의 평균 농도(1Bq/㎥ 이상)보다 낮아 인체나 환경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주변 반경 20~40㎞ 안 해저에는 이보다 많은 고농도 방사성 세슘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세슘은 67~70%가 바다에, 25%가 일본 내륙에, 나머지가 일본 외 육지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산 대기확산모델(LADAS)에 따르면 육지에 떨어진 세슘은 대기의 움직임(바람)에 따라 이동, 사고 후인 2011년 4월 이미 동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그러나 이 역시 미량이다. 제논(Xe-133)은 2011년 3월 말 이미 북반구 대부분 지역의 대기에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직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누출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요오드(I-131)는 동아시아 지역 대기 중심으로 확산됐다. 서 실장은 "불활성 가스인 제논은 호흡으로 인체에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고 요오드는 반감기가 8일밖에 안돼 농도가 빠르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연은 해양 및 대기 확산모델 프로그램이 본격 운영되면 향후 원전 사고가 일어날 경우 방사성 물질이 퍼지는 경로와 시기 등을 신속ㆍ정확하게 예측,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지구 규모의 대기와 해양 확산모델 개발에는 2017년까지 5년 간 약 5억원이 투자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유사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만 공개나 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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