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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석 감독 “낯선 친절에 불편했던 경험 <조난자들>에 녹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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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석 감독 “낯선 친절에 불편했던 경험 <조난자들>에 녹였죠”

입력
2014.03.09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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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5년 만의 컴백… 반전 결말 관객들 호불호 갈릴 것

6일 개봉한 영화 의 주인공 상진은 시나리오 막바지 작업을 위해 강원도 산 속의 펜션을 찾아간다. 마을 버스서 만난 학수라는 사내는 길을 알려주겠다며 지나친 친절을 베풀며 다가온다. 상진은 학수가 갓 출소한 전과자라는 사실에 두려워 도망치듯 펜션으로 향한다. 마침 지나가던 남녀여행자들이 하루만 묵게 해달라 떼를 쓰고, 핏물이 배인 도구를 들고 다니는 사냥꾼까지 목격하면서 알 수 없는 공포심에 휩싸인다. 홀로 시작한 여행에 초대받지 않은 이들이 끼어들면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은 연출자 노영석 감독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극중 시나리오를 쓰는 상진이 전과자 학수의 호의에 낯설어하는 감정은 노 감독의 경험과 일치한다. 그는 “원래 시나리오를 마무리할 때 강원도 펜션으로 가는데 시골 버스 안에서 만난 분과의 얘기를 에 넣었다. 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상대의 얘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당황했다. 영화 속 상진처럼 말이다. 그 낯선 경험이 흥미로워 원래 하려던 작업은 제쳐두고 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은 고립된 펜션에서 얽히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그린다. ‘누가 왜 죽였을까’라는 궁금증보다 오해로 벌어지는 상황이 가장 중요하게 읽혀진다. 은 낯선 이들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가 비극으로 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허를 치는 반전 결말도 주제를 관통한다. 노 감독은 “엔딩은 뜻하지 않은 다른 사건이 들어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썼다. 엔딩도 내가 군대에서 겪은 사건에서 비롯했다.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겠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엔딩만은 지키려 했다. 결론을 내기보다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 배경은 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 폭설이 만든 배경은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연출에 크게 한몫했다. 상진이 시체를 발견한 뒤 혼비백산해 눈밭으로 도망가는 장면, 펜션과 설산을 오가는 활극은 눈 내린 겨울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장면들이다. 촬영 도중에는 눈이 얼어 고생했고, 후반에는 눈이 녹아 스키장에서 눈을 퍼올 생각까지 했었다.

고립무원의 펜션도 마찬가지였다. 노 감독은 의 로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빠듯한 예산 안에서 으스스한 분위기의 펜션을 찾는 일은 사막에서 진주를 찾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넷 위성 스카이뷰로 전국 지형을 검색하다 결국엔 직접 헌팅을 다녔다. 그는 “웬만한 펜션들은 전부 동화에나 나오는 예쁜 집들이었다. 토가 나올 정도로 전국의 펜션을 뒤져 결국 국가휴양림에 지어진 목조 건물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에는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내 주위에 있을 법한 그렇게 평범한 얼굴이 오히려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의 성공으로 스타 캐스팅도 가능했을 법도 한데 개성파 배우들을 주요 역할에 포진시켰다. 또 의 출연진도 곳곳에 배치해 두 작품간 연결성도 이었다. 노 감독은 대중이 봤을 때 선입견이 없는 얼굴을 원했다. 언젠가 본 듯하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얼굴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낯선 호의에 불편해하는 깍쟁이 서울청년 상진은 남자답게 생겼지만 악하지 않은 얼굴이길 바랐다. 에 출연한 전석호는 노 감독이 찾던 바로 그 이미지였다. 극중 살인 사건에 휘말린 당황과 두려움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냈다. 노 감독은 “대학로에서 만났을 당시 길을 묻는 노인에게 친절히 대하는 모습에서 믿음이 갔다. 웃는 인상이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과하게 친절한 시골청년 학수를 연기한 오태경은 맞춤옷을 입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절하지만 섬뜩한 이중적인 모습을 실제처럼 연기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노 감독은 영화 의 예고편에서 오태경을 눈에 담았다. 잘 생긴 오태경의 얼굴에서 어떻게 학수 같은 면을 찾았을까. 그는 “잘 생겼는데 머리에 흉터가 있는, 그런 언밸런스한 느낌에 맞았다. 아역 때 볼이 통통했던 얼굴이 달라졌는데 인생을 산 느낌이었다. ‘빨리 30대가 돼 삶이 얼굴이 묻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인터뷰의 삶의 자세도 마음에 들어 출연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차기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데 워낙 익숙한 편이기도 하다. 5년이 걸린 보다 빨리 내놓을 계획이다. 펜션에 들어가 집필하려던 초등학교 5학년생의 여행담 , 로 흥이 빠져 잠시 손을 놓은 , 코믹범죄 장르인 (가제)도 있다. 얼마 전 미국행 비행기에서 시청한 쇼프로 한 장면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른 사극 작업도 곁들이고 있다. 노 감독은 “시나리오도 더 잘 쓰고 싶고, 작은 영화, 상업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을 뿐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아기자

한국스포츠 이현아기자 lalala@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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