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40) 굿네이버스 국제개발사업부장은 2008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맞았던'그날'을 잊지 못한다. 김 부장은 그날 현지에서 굿네이버스 직원들과 4개월 동안 치료하고 보살폈던 생후 24개월 여아인 아이다와 영원한 작별을 했다. 뼈마디가 앙상한 채 또래 아이 절반 크기의 아이다는 영양실조를 이겨내지 못했다.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용산구 굿네이버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 부장은 "숨을 거둔 아이다를 품에 안고 서럽게 울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며 "애타게 동생을 지켜보던 12살 난 언니 엘라의 눈물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엘라의 엄마는 초경과 동시에 결혼, 2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얼마 안 돼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다.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그녀는 새로운 청혼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행복은 없었다. 그녀는 이후 4명의 남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버림받았고, 만성적인 부인과 질환으로 심하게 고통받으며 6남매를 남기고 숨졌다. 동생들의 양육은 모두 엘라의 몫이었다. 엘라는 취학도 포기하고 소작과 잡일로 생계를 꾸렸지만, 막내 아이다의 죽음을 막진 못했다. 김 부장은 "말라위 등 개발도상국 여성들은 결혼 등록제 미비, 일부다처제와 조혼의 관습적 용인 등으로 고통 속에 기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교육기회를 박탈당한 채 '꿈' 없이 살고 있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이다를 떠나 보낸 2008년'그날'이후 5년 동안 김 부장과 굿네이버스 직원들은 '여권신장'을 외치며 말라위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이들은 일방적인 교육보다 현지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소중한 권리를 깨닫고 스스로 움직이길 바랐다. 그리하여 2012년 시작한 것이 '굿 시스터즈'. 초경을 시작한 현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조 모임을 운용하게 된 것이다. 굿 시스터즈에 가입한 청소년들은 직원들로부터 위생교육과 성교육뿐만 아니라 여권에 대해 듣고 공감,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혼반대 캠페인'이었다.
김 부장은 "'여자가 뭐하는 짓이냐'며 반발하던 남성 중 상당수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연극과 합창 등 거부감 없는 방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말라위 중부 차세타에서 회원 20명으로 출발한 굿 시스터즈는 올해 현재 6개 마을에서 총 310명이 참여, 여권 신장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김 부장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 이들을 위한 관심과 후원이 간절하다"며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고통받지 않고, 자신이 삶의 주인공으로서'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길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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