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도전, 우리가 해낸다. V1!’
프로농구 창원 LG 라커룸에 걸린 플랜카드다. 1997년 창단한 LG는 정규리그 준우승만 네 차례 했다. 우승에 목말라 있던 만큼 17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7일 울산 모비스와의 결전을 앞둔 라커룸엔 선수들의 비장함이 느껴졌다.
LG는 모비스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경기 전까지 2승3패로 열세인데다 득실에서도 4점 뒤졌다. 반드시 5점차 이상 승리가 필요했다. 김진(53) LG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걱정인데 11연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만큼 평소처럼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 감독의 바람이 통했다. LG는 이날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모비스를 80-67로 꺾었다. 이로써 파죽의 12연승을 이어간 LG는 역대 팀 자체 통산 한 시즌 최다승인 39승(14패)째를 거두고 모비스와 공동 선두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상대 전적도 3승3패로 동률을 이루고 득실에서도 8점 앞섰다. LG는 9일 부산 KT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할 경우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 반면 모비스는 같은 날 전주 KCC를 누르고 LG가 KT에 패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최우수선수(MVP) 후보인 LG 주포 문태종(39)이 단연 돋보였다. 문태종은 3점포 4방을 포함해 팀 내 최다인 18점을 올렸다. 러시아 리그 득점왕 출신 데이본 제퍼슨(28)은 17점 5리바운드를 올렸고, 신인 센터 김종규(23)는 14점 9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LG의 출발은 불안했다. 1쿼터 시작과 함께 모비스에 내리 7점을 내줬다. 그러나 제퍼슨이 혼자 10점을 몰아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16-15로 1쿼터를 앞선 LG는 2쿼터 들어 문태종의 외곽슛이 터지면서 점수차를 벌렸다. 쿼터 종료 9초를 남기고는 조상열의 3점슛이 림을 한번 맞고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까지 따랐다. LG는 전반을 40-28로 크게 앞섰다.
3쿼터에도 LG의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문태종과 메시가 꾸준히 득점을 쌓았고, 쿼터 종료 3분30초 전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던진 문태종의 3점포가 림을 갈랐다. 점수는 어느덧 50-38, 15점 차까지 벌어졌다. 승기를 잡은 LG는 4쿼터 한 때 모비스의 추격에 잠시 주춤했지만 앞선 점수를 차분하게 지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3위를 확정한 서울 SK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최하위 원주 동부를 84-71로 제압했다. 시즌 성적은 37승16패. 문경은(43) SK 감독은 이날 승리로 정규리그 통산 100승(역대 15호)을 달성했다.
울산=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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