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0의 대지진과 초대형 쓰나미(지진 해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이어진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11일 발생 3주년이 된다. 하지만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역 주민들은 아직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도 유출되고 있다. 도호쿠 대지진은 일본의 위기관리 체계 및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고 삶의 방식에 대한 숙제를 던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3주년을 앞두고 재해 발생의 배경 진단과 원자력 발전의 이해를 돕는 신간이 잇따라 출간됐다.
(이동주 이해영 옮김ㆍ기파랑 발행ㆍ상권 430쪽 하권 402쪽ㆍ각권 1만9,000원)은 아사히신문 주필을 지낸 일본의 유명 언론인 후나바시 요이치의 취재력이 돋보이는 논픽션이다. 그가 디렉터를 맡아 민간 과학자, 변호사 등으로 구성한 후쿠시마원전사고독립검증위원회가 2012년 3월 발표한 조사검증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저자는 사고 원인 규명에 역점을 둔 이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일본 정치인과 관료, 미국과 일본의 원전 전문가 등을 만나 책을 완성했다. 사고 및 피해 경위, 일본 정부 및 도쿄전력의 대응 과정 등을 상세히 묘사한다. 극한 상황에서 긴박하게 움직이는 일본 정부와 자위대, 미군, 도쿄전력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일본 위기 관리 시스템의 큰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저자는 "일본은 관료 조직이건 민간 기업이건 부문별, 부서별로는 최고의 해답을 찾아내지만 그것을 모아 전체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데는 서툴기 짝이 없다"고 분석한다. 일본 정부가 국민을 응급상황으로부터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는 일찌감치 주일 미군의 전면 철수까지 고려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대조를 이룬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정보 은닉과 불투명한 지휘 체계에 불만을 가졌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저자는 책을 낸 2013년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법과 제도에 얽매이기보다 국민을 생각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출간 취지를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원자력 발전은 과학기술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ㆍ경제ㆍ문화적 모순이 집약된 문제다. 그렇다면 이 원전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반비 발행ㆍ344쪽ㆍ1만8,000원)는 원자력 발전과 방사능의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한 책이다. 2011년부터 '탈핵 학교'라는 이름으로 시민 강의를 해 온 학자와 전문가들이 핵심 강의만 추려 모았다.
저자들은 먼저 원자력 발전이라는 용어를 핵 발전으로 바로잡는다. 원자력이 아닌 원자핵에서 나오는 핵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이라는 용어는 합당하지 않은데도 부정적인 용어인 '핵' 대신 '원자력'을 통상적으로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 등 저자 12명은 의학, 역사, 윤리, 종교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핵 발전을 조명한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건강검진 때 쐬는 병원 방사선의 위험을 경고한다. 김익중 교수는 먹거리 문제에 집중하면서 일본 수산물의 반입 안전 기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라고 촉구한다. 요시노 히로유키 일본 후쿠시마네트워크 간사는 원전 사고 이후 계속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크게 높아진 소식을 전한다.
탈핵을 외치는 사람들은 현 세대가 다음 세대의 고통을 담보로 원전의 편익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핵 발전소의 수명은 짧지만 핵 폐기물 처리에는 10만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대 독자 눈높이에 맞춰 핵 발전소의 실상과 문제점을 고발한 책도 함께 나왔다. (최열 등 지음ㆍ철수와영희 발행ㆍ172쪽ㆍ1만2,000원)는 평화박물관이 진행한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강좌를 청소년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저자들은 대안 에너지를 꾸준히 개발하면 탈핵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쿠키 요시미쓰 지음ㆍ윤수정 옮김ㆍ돌베개 발행ㆍ212쪽ㆍ1만원)는 원전 사고 피해 주민인 저자가 사고의 실상을 가감 없이 알리며 청소년들에게 당부와 응원의 메시지를 띄우는 책이다.
저술 방식이나 목표 독자층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 책의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원자력 발전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현대 문명과 삶의 형태를 바꾸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 3년이 흐른 지금도 후쿠시마의 비극적 상황이 여전한 만큼 기술과 제도가 아닌 사람을 생각하는 생활양식과 리더십의 제고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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