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원고의 호랑이선생님 권병두(60) 교장이 지난 4일 이 학교 교장으로 취임했다. 개교 이듬해인 1981년 체육교사로 교편을 잡은 지 33년만이다.
권 교장은 졸업생들 사이에서 '큰형님'으로 통한다. 부임 후 줄곧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책임지는 학생과장 학생주임 학생부장 등을 맡았다. '농땡이'들에게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했다. 그 만큼 사제간의 정도 깊었다. 덕분에 덕원고 전ㆍ현 교원 중 주례를 가장 많이 섰다. '집합'을 시키면 가장 많은 동문들이 모인다. 요즘도 졸업생들에게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재학생 절반 이상의 이름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각별한 제자사랑이 인기의 비결이다.
이번 취임식 때 권 교장은 축하화환 대신 쌀로 받았다. 5일 오후까지 1,000㎏이 넘는 쌀부대가 쌓였다. 소외계층에 전달,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계획이다. 그 동안 누구보다 많은 말썽꾸러기들과 씨름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많이 알기 때문이다. 학비가 없어 중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한 학생을 보면 남몰래 사비를 털어 주거나 '잘 나가는' 졸업생을 연결시켜주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도운 일도 부지기수다. 동창회의 후원을 주선해 준 한 졸업생은 유명 체육인으로 성장해 맹활약 중이다.
권 교장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자들에게 '좋은 일 같이 하자'고 하면 그 어느 고교 출신들보다 발벗고 나선다"고 자랑했다.
'돌배낭 메고 오르기'는 그의 인성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다. 22년간 산악반을 지도할 때 돌을 가득 채운 배낭을 학생들이 교대로 메고 오르도록 한 것이다. 서로 돕고 협력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라는 뜻에서였다.
권 교장은 "인성이 바른 학생은 한때 어긋났더라도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 온다. 인성이 성적보다 더 중요하다. 교사와 선배들이 모범을 보이면 후배들은 저절로 따른다. 덕원고와 동창회가 나눔과 배려의 전통을 세우고,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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