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조작 수사 핵심인물인 국가정보원 협력자가 국정원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보호해주지 않은 데 불만을 표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개입된 국정원 협력자가 여러 명이라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6일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과 경찰에 따르면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가 5일 오후 6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 객실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모텔 종업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흉기로 목을 자해한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이날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탈북자 출신의 중국 국적자로 알려진 김씨는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북한-중국 출입경기록과 관련한 위조 문서를 국정원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지난달 28일부터 3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4일 이뤄진 3차 조사에서 김씨는 오전 11시에 소환돼 이튿날 새벽까지 18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이후 투숙한 모텔에서 5일 낮12시51분쯤 자살을 암시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진상조사팀 박모(40) 검사에게 보냈다. 김씨는 또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서 "외부 협조자는 신분보장이 철저히 돼야 하는데 국정원이 자신을 지목해 장시간 검찰 조사를 받고 고생하는데도 전혀 신경을 써주지 않아 섭섭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김씨는 특히 객실 벽에 피로 '국정원'이라는 문구를 남겨 증거조작 사건과 국정원이 깊숙이 연관돼 있음을 드러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조사와 관련해 "의혹 관련 문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가 개입돼 있는지, 경위는 어떤지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이 재판부로 증거로 제출했으나 중국 정부에 의해 위조로 확인된 3건의 문서 가운데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명의 답변서 입수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검찰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인천에서 국정원 직원을 만나 자료 입수를 부탁 받고 문서와 도장을 위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구해온 답변서는 유씨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유씨 출입경기록 중 일부가 전산오류 때문이라고 확인한 싼허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서가 합법적으로 발급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넘겨 받은 이 문서를 근거로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측 주장을 반박해 왔다.
김씨는 장기치료가 필요해 수사에 차질이 예상되지만 검찰은 "정상적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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